처음 보시죠, 왜구들 벌벌 떨게 한 화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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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경북 영천시 금호읍 원기리 ‘최무선 과학관’을 찾은 관람객들이 1409년 만들어진 화차(火車)를 살펴보며 문화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프리랜서 공정식

경북 영천시 금호읍엔 두 가지 자랑거리가 있다. 우리나라에서 포도가 가장 많이 나는 지역은 영천이다. 전국 포도 전체 재배면적의 12.5%에 이른다. 금호는 영천 포도 면적 가운데 다시 43%를 차지한다. 읍내를 벗어나면 들판 어디서나 포도밭을 만날 수 있다.

 또 하나 자랑거리는 우리나라 최초로 화약을 발명한 최무선(1325∼95) 장군이다. 금호읍 마단마을에서 태어난 장군은 국립과학관 명예의 전당에 가장 먼저 오른 과학자이기도 하다.

 13일 영천시가 1년 전 개관한 ‘최무선 과학관’을 찾았다. 금호읍에서 금호강을 건너 대창면 방향으로 5분쯤 자동차를 몰면 포도밭 가운데 직사각형 배 모양의 건물이 나타난다. 화약무기를 장착한 당시의 배를 상징한다.

 1층으로 들어가면 먼저 대포 모양의 총통이 종류별로 진열돼 있다. 과학관을 안내한 임복원(62) 해설사는 “화약을 처음 발명한 건 중국이지만 제조법을 배워 해전에서 전쟁 무기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최무선 장군”이라며 “총통은 임진왜란 때 거북선에 그대로 채용된다”고 설명했다. 화약의 역사와 발전 과정을 소개하는 코너도 있다. 시청각실에서는 장군의 일대기가 5분짜리 영상으로 재현된다.

 고려 말 해안에는 왜구가 창궐해 피해가 심각했다. 화기 개발이 절실한 시기였다. 1376년(우왕 2년) 최무선은 원나라 사람 이원을 통해 염초 제조법을 배워 화약을 만들고 1377년 화통도감을 설치했다. 여기서 화약과 각종 화기가 제조됐다. 1380년 장군은 세계 해전사에 길이 남을 승전을 기록한다. 진포대첩이다. 자신이 개발한 화포·화통 등을 처음 사용해 금강하구 진포에 침입한 왜선 500여 척을 전멸시킨 것이다. 또 아들 최해산은 아버지에 이어 수레에 화기를 장착한 화차를 개발했다. 2층으로 올라가면 화포를 이용해 왜선을 격침시키는 해전 시뮬레이션 코너가 있다. 과학관에서 가장 인기 있는 곳이다.

 최무선 과학관은 학생들이 단체로 많이 찾는다. 주말에는 가족 단위 관람객도 늘어나고 있다. 울산에서 온 배재천(42·북구 중산동)씨는 “최무선 장군은 화약무기로 이 땅에 자주국방의 기초를 놓은 과학자임을 알게 됐다”며 “아이들이 화포를 체험하는 것이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과학관 야외에는 퇴역한 팬텀기 두 대와 장갑차 등 현대 군사장비가 전시돼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과학관에서 1㎞쯤 떨어진 장군의 생가 자리에는 표석이 세워져 있다.

 과학관 관람을 마치면 길 건너편에 와인 체험 공간 와이너리(포도주 양조장)가 기다린다.

 영천을 대표하는 공장형 와이너리 ㈜한국와인(회장 하형태)이다. 영천 포도로 레드·화이트·아이스 와인 ‘뱅꼬레’를 만들고 최근에는 오디 와인도 선보인 곳이다. 하루에 와인 3000병이 만들어진다. 이곳을 들르면 OB맥주에서 주류 기술을 개발한 하 회장이 생산과정 등 와인의 세계를 설명한다. 단체로 예약하면 포도를 수확한 뒤 자신의 와인을 직접 만드는 실습도 곁들일 수 있다. 하 회장은 “포도는 물론 오디와 복숭아·살구 등 영천에서 나는 각종 과일로 와인을 만들 계획”이라 고 말했다.

 또 농가형 와이너리를 보고 싶으면 이곳에서 10분쯤 떨어진 ‘까브 스토리’란 브랜드를 생산하는 성천와이너리(대표 김주영)도 들를 만하다. 영천에는 와이너리만 18곳이 있다.

송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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