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경험, 지역인재 양성에 활용할 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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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자신이 태어난 강을 떠나 멀리 바다를 떠돌던 연어 한 마리가 모천(母川)으로 다시 돌아온 심정입니다."

12일 취임식을 갖는 김영석(金榮石.63)우석대 총장은 "그동안의 경험과 실무 지식을 고향(전북 완주군)의 인재 양성과 지역 발전을 위해 모두 쏟겠다"며 "내 인생 제1막의 무대는 기업이었지만 이제부터 펼쳐질 제2막의 현장은 대학"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15일 우석대 재단이사회에서 총장으로 선임됐다.

그는 대학총장이 되기 직전까지 몸 담았던 금융계에서 신화적인 인물로 통한다. 1970년대 중반 37세 때 대한교육보험의 전무를 맡은 것을 시작으로 30년 가까이 경영을 총괄하는 최고경영자(CEO)로 일해왔다.

교보에서는 사장.부회장.회장 등을 거쳐 94년 후진양성을 이유로 스스로 사임할 때까지 각종 신상품 개발을 주도하며 보험업계에 새 바람을 일으켰다. 입사 당시 40여억원에 불과하던 교보의 자산을 퇴임 때 10조원으로 불리는 수완을 발휘하기도 했다.

이후 기아자동차 고문.아시아자동차 사장 등을 거쳐 최근에는 SK그룹의 금융부문을 총괄하는 부회장을 맡았다.

이 때문에 우석대 관계자들은 "국내 대학 사상 대기업 CEO 출신이 곧바로 총장으로 오긴 처음"이라며 그의 역할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런 화려한 경력 덕분일까. 대학 총장으로서의 첫걸음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총장에 선임될 때만 해도 학생들은 '재단의 등록금 유용 의혹'을 제기하며 학교 본부에서 점거농성을 벌였다. 그래서 그는 총장실에 들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학생들은 "신임 총장이 능력을 검증받은 분이니 한번 믿어보자"며 스스로 농성을 풀고 방을 깨끗이 청소한 뒤 물러났다. 또 '총장님 오신 것을 환영한다'는 현수막을 교정에 내걸기도 했다.

이에 대한 화답으로 金총장은 지난 4일 전주시 서신동의 한 호프집으로 학생회 간부 50여명을 초청해 대화의 시간을 가졌다.

이날 모임은 서먹서먹하게 시작했지만 金총장이 먼저 나서서 학생들과 맥주잔을 주고받으며 '건배'를 외치면서 어색함이 사라졌다. 모임이 세 시간이 넘게 이어지면서 金총장은 맥주 1만㏄나 마셨다.

金총장은 "일방적으로 따라오라고 지시하기보다 학생.교직원들이 최대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며 "또한 지역사회와의 협력체계 구축을 통해 투명하고 열린 행정을 펼쳐 대학사회에 불고 있는 변혁의 소용돌이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dsj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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