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시리아에 4000명 파병 계획" 로하니 온건 외교노선 첫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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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이란이 대선 전에 이미 4000명 규모의 이란혁명수비대를 시리아 정부군에 지원하기로 결정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중도파 하산 로하니(64) 대통령 당선과 맞물려 이란의 대시리아 정책에 변화가 있을지 국제 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영국 일간 인디펜던트는 16일 일요판 기사에서 이란 시아파 집권세력이 수니파 반군과 싸우는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게 4000명 규모의 군사 지원을 하기로 확정했다고 전했다. 이란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이란은 시리아에 이스라엘과 영토분쟁 중인 골란 고원에서 새 전선을 제시했다. 그간 이란이 특수부대 ‘쿠드스(Quds)’를 통해 시리아 정부군을 훈련시키고 있으며, 혁명수비대를 파견해 왔다는 의혹이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이란은 공식적으로 부인해 왔다.

 이번 계획은 지난 13일(현지시간) 버락 오바마 미 행정부가 시리아 반군에 무기 지원 방안을 승인한 것과 맞물려 파장을 부르고 있다. 시리아 정부군이 화학무기를 사용해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었다는 미국의 판단과 이란의 개입이 충돌한다면 시리아 내전이 한층 복잡한 국제전으로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인디펜던트는 이란이 한 걸음 나아가 골란 고원에서 이스라엘에 대항해 새로운 시리아 기지 건설을 욕심 내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란에서 외교·국방 등 주요 현안의 최종 결정권은 최고 종교지도자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에게 있다.

 이와 관련, 중동전문가인 마지드 라피자데 국제미국협회(International American Council) 회장은 16일 CNN에 “이란의 중도·온건파의 정치 입지를 고려하면 시리아 사태 개입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로하니가 선거토론 중 알아사드 정권 지원의 재검토를 언급하긴 했어도 알아사드의 퇴진이나 이란의 군사지원 중단을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게 근거다. 무엇보다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이 시리아의 수니파 반군과 관련해 중립적인 입장을 취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시리아에 향후 수니파 정권이 들어설 경우 걸프 지역의 사우디아라비아 등 다른 수니파 국가들과 권력 균형에서 심각한 위기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로하니 당선에 시리아 반군 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라카를 거점으로 하는 수니파 반군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이란 대통령에게 주어진 권한은 약하고 허구적”이라며 “이란 대선은 겉치레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15일 시리아와 외교 단절을 선언한 이집트 수니파 정권도 이란 대선에 무덤덤한 반응을 보였다. 여당인 자유정의당의 무라드 알리 정부 대변인은 “로하니 당선인의 행보를 지켜볼 것”이라며 “이란의 시리아 사태 개입에도 변화가 있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은 시리아 사태뿐 아니라 이란 핵 개발 의도도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각료 회의에서 “국제사회는 소망이나 추측을 실제 사실인 양 여김으로써 이란에 핵 프로그램을 중지하라는 압력을 늦춰선 안 된다”고 말했다. 유발 스테이니츠 정보·전략부 장관도 이란의 핵 정책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국제사회는 제재를 강화함으로써 진정한 변화를 끌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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