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 행사장마다 카메라 들고 뛰는 이 남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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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 현장의 김민제 작가. 1986년 라냐 ANOC 회장과의 인연으로 IOC 최근 27년 역사를 모두 찍었다.
김민제 작가가 자신의 최고 작품으로 꼽는 1988년 서울올림픽 성화 채화 사진. 그리스 아테네 헤라신전에서 촬영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련 행사가 열리는 곳이면 어디든 카메라를 들고 IOC위원들 사이를 누비는 한국인을 볼 수 있다. 사진작가 김민제(60)씨. 국제스포츠계의 핵심 ‘권력 집단’ IOC위원들을 근접 촬영할 수 있도록 허가 받은 소수 사진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13~17일(현지시간) 스위스 로잔에서 국가올림픽위원회연합(ANOC)의 역사를 돌아보는 사진 전시회를 연다. 로잔은 IOC본부 및 국제 스포츠 관련 기관이 밀집돼 있어 ‘올림픽 수도’라고 불리는 도시. 14일부터 나흘간 보리우 로잔 콩그레스 센터에서 열리는 ANOC 임시 총회를 기념해 같은 장소에서 마련되는 사진전이다. 이번 ANOC 임시 총회엔 약 1000명의 각국 올림픽위원회(한국은 대한체육회) 관계자가 모인다.

 김 작가의 전시는 스웨덴 출신 IOC위원인 구닐라 린드버그 ANOC 사무총장의 제안으로 이뤄졌다. 린드버그 총장은 2018 평창 겨울올림픽을 담당하는 IOC조정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인물로, 4개월 전 김 작가에게 사진전을 제안했다고 한다.

김 작가와 IOC와의 인연은 그가 체육부(현 문화체육관광부) 대변인실 소속으로 사진 촬영을 담당하던 1986년에 시작됐다. 그해 서울에서 열린 ANOC총회에서 마리오 바스케스 라냐 당시 ANOC 회장을 알게 됐다. 지난해까지 ANOC 회장으로 장기 재임한 라냐 회장은 김 작가에게 특별 패스를 내주며 관련 행사를 촬영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2004년부터는 아예 ANOC 전속 사진작가로 삼았다. 김 작가가 지난 27년간 IOC 역사를 카메라 렌즈에 담을 수 있었던 배경엔 라냐가 있었던 셈이다.

 이번 전시에는 ANOC 관련 사진 35점을 추려, 한국에서 특별 제작해 간 아크릴액자에 담았다. 김 작가가 가장 애착을 갖는 작품은 1988년 서울올림픽을 위한 그리스 성화 채화 사진. 김 작가는 “정말 설레는 마음으로 찍은 작품”이라며 “이번 ANOC 전시에 꼭 포함시키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2018년 평창 겨울올림픽 유치 등을 통해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진 걸 보면 가슴이 벅차다”고 말했다.

전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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