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 어장도 중국 그물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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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중국 어선 불법 조업은 서해만의 문제가 아니다. 동해도 북한 수역까지 원정 싹쓸이에 나선 중국 어선 단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어족자원 보호를 위해 어선 줄이기에 나선 한국 어업의 또 다른 골칫거리다. 중국 어선이 북한 수역으로 항해하는 것 자체가 우리 어업에 피해를 주고 있다. 중국 어선이 동해를 드나들면서 우리 어업인들이 설치한 그물을 훼손하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예방하기 위해 해양수산부는 올해부터 중국 어선 주변에 어업지도선과 해경 함정을 집중 배치해 중국 어선의 연안 항해를 차단하기로 했다. 중국 어선이 연안에서 40~50㎞ 떨어진 경도 130도 바깥쪽 외해로 이동하면 동해 연안에 설치된 그물·양식장 같은 어구 훼손 가능성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투입되는 행정력은 막대하다. 중국 어선이 동해에 진입하는 초기에 해상 감시를 시작해 돌아갈 때까지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동해 북한 수역으로 입어(入漁)한 중국 어선은 1439척으로 2010년에 비해 790척이 늘어났다. 단속에 힘입어 지난해에는 큰 피해가 없었지만 방심할 수는 없다. 본격 단속이 이뤄지기 전인 2011년에는 강원·경북 지역에서 58건, 6억9000만원어치의 어구가 훼손됐다. 영세 어민들이 한 해 어업을 망칠 정도의 피해 규모다. 박신철 해수부 지도교섭과장은 “중국 어선이 동해 연안을 지나게 되면 우리 어민들이 쳐놓은 그물이 스크루에 감겨 훼손되는 피해가 많다”고 말했다.

 해수부와 해양경찰청은 이런 피해를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올해부터는 대한해협 주변 감시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국 어선이 어업지도선과 해경 함정의 레이더에 나타나면 즉각 추적이 시작된다. 외해를 이용하라는 중국어 홍포 리플릿을 배포한 뒤 중국 어선이 북상하는 동안 연안으로 들어오지 않는지를 계속 감시한다. 이 과정에서는 부산·울산·포항·동해·속초 해양경찰서가 릴레이 감시에 나서 중국 어선의 외해 이동을 유도한다.

 중국 어선이 동해에서 주로 잡는 건 오징어다. 중국인은 원래 오징어를 즐기지 않는 편이다. 그러나 소득이 늘고 입맛이 다양해지면서 갈수록 오징어 소비량이 늘고 있다. 해수부 관계자는 “북·중 어업협정이 체결돼 있지 않지만, 민간 차원에서 계약한 중국 어선이 북한 수역에서 조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부는 오징어잡이가 본격화하는 6월 말부터 10월 말까지 집중 감시체제를 가동할 계획이다.

 중국 어선의 불법어업 행위는 한·중 FTA에서도 쟁점사항이 될 전망이다. 정복철 해수부 국제원양정책관은 “불법조업은 자유로운 상품 이동 취지에 안 맞기 때문에 FTA 협상 의제가 된다”며 “한·중 어업지도단속 실무회의를 통해 불법어업 근절을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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