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2「티우」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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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월남 「티우」대통령의 「11·2선언」은 몇가지 주목힐만한 사실을 함축하고있다. 우선 그가 「파리」의 평화확대회담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장소」를 주의깊게 관찰할 필요가 있다. 내외기자가 운집한 가운데는 아니었다. 바로 「하원」에서 그렇게 연설했다. 월남의 하원은 상류상인층, 「가톨릭」계등이 집약적으로 모여있는곳이다. 「티우」정권의 축소판이기도 하다. 굳이 편을 가르자면 분명히 좌파나 중립은 아닌 것이다. 바로 이들우파가 모여 있는 곳에서 「티우」는 「독수리」발언을 했다.
물론 그는 「파리」4자합담이 열릴경우 어느쪽에서 수근수근 말이 많을지를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가 불참선언을할 장소를 하원으로 선택한 것은 「무엇인가」암산을 한것임에 틀림없지않을까.
하원의원들이 월남가를들고 「티우」지원 「데모」를 벌인, 그 「즉각적인반응」은 더욱암시적이다.
자칫하면 반미 「데모」로 번질위험은 없을까. 그것은 「아이러니컬」한 일이다. 「티우」정권의 생성과정을보면 그런 생각은 더욱 깊어진다. 불교 「파워」가 어쨌든 야적인 색채가 강한 현실에선 그럴 위험성을 생각지않을수없다.
그러나 「티우」도 미국도 두통이 날 일만은 아니다. 미국은 「파리]에 나타난 「베트콩」의입장을 약화시키는 외교적 화학작용을 할수도 있을 것이다. 「티우」는 그럴수록 정권의 건강을 누릴수있다. 만일 반미 「데모」로 행정력이 마비된다손치더라도 그것을 수습할수 있는 역이용까지도 기대할수 있는 것이다. 가령 「파리」확대회담을 그동안 「예비적」성격으로 묶어 놓았다가 적당한 시기에 극적으로 참가하는것이다.
그의 불참선언은 애당초 국내적인 약속이었지, 그밖에 무슨국제외교적인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하원」을선택한 이유를 알만 하다.
미국도 속으로는 월남의 「파리」불참에 소스라치게 놀라지 않았을 것이다. 하긴 「러스크」장관도 「해리먼」대표도벌써 그비슷한 말을 한적이 있었다.
군출신의 「티우」대통령이 그만큼 눙수능란한 정치수완을 보이는 것이 오히려 놀랍다. 「11·2선언」은 정치 「쇼」치고는 고급한 것에 속한다.
지금 이런 저런 추리나마 가능한것은 월남전이 얼마나 미묘한 전쟁인가를 또다시 설명해주는 것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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