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1)어린이와 만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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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에「한국 아동 만화 윤리위원회]의 발족을 보게된 것은 만시지탄도 있으나 매우 다행한일이라 생각된다.
요즈음 중학 입시제가 페지 되자 해방감과 시간의 여유를 갖게된 어린이들은 서로 다투어 만화가게로 몰리게 되었다. 깨끗하고 영롱한 어린 눈을 해칠 조잡한 색도 인쇄와 종이의 질, 그리고 허무맹랑한 잔인성과 횡포성을 띤 내용, 저속하고 부도덕적인데다가 말도 안되는「스토리」, 어린 자녀를 가진 사람은 말할 나위도 없이 적어도 어린 싹들의 내일을 걱정하는 뜻 있는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고, 개탄만 해 온지가 그 몇해, 그 얼마나 긴 세월이었던가.
해방동이가 23살의 성년이된 오늘, 그들이 과연 우리 손으로 만든 제대로의 만화책 한권이라도 읽고 자랐던가. 참 가슴 아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어린이들에게 있어서는 만화야말로 가장 손쉽게 얻어 볼 수 있고 아무 부담 없이 편하게 읽을 수 있어서 그 읽은 책의 내용이나 분량이 놀라울 정도들이다. 그런데 과연 그들이 읽고 난 후에 얻은 것이 무엇이었겠는가 하는 것이 문제이다.
우리는 이번「윤리위」의 발족을 계기로 이제부터라도 내일의 주인인 어린이들에게 용기와 슬기와 바른 정신을 불어 넣어줄 수 있는 교육적 가치의 보다 품위 있는 내용과 표현으로 되고 아름답고 곱게 꾸며진 아담한 만화책을 그들에게 마련해 주어야만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만화를 그리는 분, 책을 간행하는 분들이 눈앞에 이익을 떠나 내일을 위하는 큰 안목에서 자각과 책임감을 지녀야되겠고, 이 책자가 상품임에 앞서 어린이들의 정신 개발과 교육적 영향력을 준다는 점을 깊이 살펴서 간행에 임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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