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의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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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NSI.com의 월드컵 분석가 가브리엘 마르코티가 '91분' 칼럼을 통해 월드컵 대회 기간에 매일 매일의 경기 내용을 상세히 보도한다.

한국과 미국이 월요일 D조 예선에서 명승부를 펼친 끝에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월드컵 32개 팀들은 2회전을 모두 마쳤다. 그러나 16강행을 확정지은 팀은 2팀뿐이다.

거스 히딩크가 이끄는 한국 팀은 시속 1천 마일(최소한 그렇게 느껴졌다)로 경기를 했다. 그러나 미국도 경기 내내 속도로 맞서는 경기 운영을 했다. 브루스 어리나 감독은 클린스 매시스와 클라우디오 레이나의 복귀에 힘을 얻어 랜던 도노반, 클린트 매시스, 브라이언 맥브라이드, 다마커스 비슬리 등 4명을 전방에 배치해 한국의 수비를 파고 들었다. 이는 옳은 결정이었다. 미국의 재빠른 역습과 한국의 저돌적인 공세가 이어지며 가만히 앉아서 지켜볼 수 없을 정도로 흥분되는 경기가 지속됐다.

매시스가 선제골을 뽑았다. 그러나 경기 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은 시간에 한국(이을용이 페널티킥을 실축했다)의 안정환이 동점골을 터뜨렸다. 사실 한국은 동점골을 넣을 충분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올림픽의 쇼트트랙 논쟁을 암시하는 안정환의 골 세레모니는 진의가 어떻든지 간에 적어도 흥미롭기는 했다.

역시 D조에서 포르투갈은 폴란드를 4-0으로 완파하며 기사회생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안토니우 올리베이라 감독은 선수 진용에 변화를 줘 루이 코스타를 빼고 그의 자리에 파울루 벤토를 투입했다. 이는 중요한 결정이었다. 이로써 후앙 핀투, 루이스 피구, 세르지우 콘세이상 등이 앞으로 전진하며 원스트라이커 파울레타를 잘 도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었다.

폴란드는 전보다 나아진 정신력을 보여줬다. 그러나 여전히 엠마누엘 올리사데베만 찾는 것에서 벗어나는 상상력이 부족했다. 예지 엥겔 사단에게는 실망스런 경기였다.

H조에서 튀니지는 벨기에와 1-1 무승부를 기록하며 2회전 진출의 실낱 같은 희망을 이어갔다. 벨기에는 다시 한 번 실망스런 모습을 보였다. 튀니지 팀은 신체적으로 압도되는 상황(벨기에 선발 출전 선수들은 모두 6피트 이상이었다)이었지만 투지있는 경기로 동점을 만들어냈다. 벨기에는 현재 위기에 빠져있다. 단지 경기 결과가 아닌 활기 없는 모습 때문이다. 사실 벨기에는 날카로운 공격력으로 우리를 즐겁게 해주는 것이 더 이상한 것일지도 모른다.

최고의 선수

파울레타(포르투갈)

파울레타는 미국과의 첫 경기에서와는 달리 미드필드진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 그는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폴란드를 월드컵에서 퇴장시켰다. 게다가 그는 이기적이지 않은 모습까지 보여줬다. 경기 막판 파울레타는 4번째 골을 넣을 수 있는 확실한 기회를 가졌지만 이것을 심기일전할 계기가 필요한 선수 마뉴엘 루이 코스타에게 넘겨줬다. 루이 코스타는 이 골을 놓쳤지만(그는 이보다 앞서 득점했다) 분명히 팀 동료의 이런 시도에 고마워했을 것이다.

최악의 선수

이을용(한국)

오래된 축구 격언에 '골키퍼는 페널티킥을 막지 못한다. 공격수들이 실축할 뿐이다'라는 말이 있다. 브래드 프리델이 이을용의 슛을 아무리 잘 막았다 해도(사실 프리델은 매우 잘 했다), 이을용은 훨씬 더 잘 했어야 했다. 금요일 경기 결과에 따라 다르겠지만 이 실축은 한국의 탈락이라는 대가를 치르게 할 수 있다. 그를 위해 이렇게 되지 않기만을 바라자.

최고의 골

라우프 부젠(튀니지)

튀니지는 이 놀랍고 훌륭한 프리킥 한 방으로 승점을 나눠 가지며 월드컵의 꿈을 이어 나갔다. 부젠의 골은 월드컵 최고의 프리킥 축에 낀다.

관전 포인트

튀지니 대 벨기에 경기(인도와 뉴질랜드 출신 선심이 나왔다)와 포르투갈 대 폴란드 경기(토마스 하이토는 후앙 핀투를 짓밟았지만 이집트인 선심은 이 장면을 완전히 놓쳤다. 이것은 주심 휴 달라스가 그에게 본 것이 있는지 물었을 때 그가 보여준 반응으로 명백히 알 수 있다)에서 또 다시 오심이 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다음과 같은 생각을 해 보았다.

이탈리아, 스페인, 네덜란드, 잉글랜드, 브라질, 아르헨티나, 우루과이, 독일, 프랑스, 스웨덴, 체코는 월드컵 결승에 진출한 적이 있는 국가들이다. 월드컵 선심들 중 이 11개국 출신은 8명이다.

뉴질랜드, 바투아투 레부, 짐바브웨, 캐나다, 트리니다드, 엘살바도르, 앤티가, 인도, 싱가포르, 몰디브, 레바논 등은 월드컵 결승에 올라본 적이 없다. 사실 이 나라들이 월드컵 본선에라도 진출했던 적은 세 번뿐이다. 그러나 이 11개국 출신의 월드컵 선심은 11명이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경험과 능력이 없는 심판들을 얼마나 더 참아줘야 하는가?

국제축구연맹(FIFA) 웹 사이트에 따르면 벨기에 대 튀니지 전에서 심판을 본 마크 실드는 28세로 1999년 1월 1일에 FIFA 심판이 됐다. 이들이 정말 세계 최대의 축구 대회에 나와야 하는 사람들인가?

물론 유럽과 남미, 또는 전통적인 축구 강국 출신이라는 것이 유능한 심판임을 보장해 주지는 않는다(크로아티아 대 이탈리아 전의 젠스 라르센의 운영을 보면 안다).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러나 FIFA는 월드컵에서 유능하고 경험있는 심판을 기용할 의지나 있는지 잘 모르겠다.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인가?

오늘 경기 전망

이제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A조에서 세계 챔피언 프랑스는 덴마크에 2골 차 이상의 승리를 얻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탈락한다. 다급해진 로저 르메르 감독은 지네딘 지단으로 승부를 걸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티에리 앙리와 엠마누엘 프티는 출장정지다. 덴마크는 지금까지 공격 등에서 활발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프랑스를 상대로는 수비가 모든 것을 좌우할 것이다.

우루과이의 임무도 명백하다. 세네갈을 눌러야 한다. 반면 세네갈은 무승부도 괜찮다. 많은 공격수를 두는 것은 우루과이식이 아니다(하지만 역습은 세네갈에게 편리할 뿐이다). 그러나 이번에는 빅토르 푸아 사단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다.

E조에서는 독일이 열쇠를 쥐고 있다. 카메룬과 이기거나 비기면 루디 펠러 감독의 독일은 2회전에 진출하게 된다. 아일랜드는 사우디아라비아를 누르고 승리를 챙길 것으로 보인다(비록 사우디아라비아가 카메룬 전에서 자신들이 만만치 않은 상대임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러나 결과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 아일랜드가 2골차로 이기면 카메룬은 독일을 이기지 않는 한 탈락한다(만약 카메룬이 독일을 이기면 아일랜드와 카메룬이 2회전에 진출한다). 그러나 골 득실차로 봤을 때도 아일랜드가 카메룬보다 약간 더 유리한 입장이다.

주목할 선수

다비드 트레제게(프랑스)

그는 로저 르메르 감독을 비난하며 열심히 떠들어댔다. 이제 그는 열심히 뛰며 골을 넣어 프랑스를 2회전에 진출시켜야 한다. 앙리가 출장정지 당했고 지브릴 시세에게 맡기기에는 그의 경험이 너무 부족하다. 따라서 덴마크 전에서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는지의 여부는 세리에A 득점왕 트레제게에게 달려있다.

Gabriele Marcotti (CNNSI) / 이인규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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