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회 정기국회의 개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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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9월2일부터 정기국회가 열렸다. 이번 국회의회기는 1백20일, 그 가장중요한과제는 국정감사를 실시하고 새해 예산안을 심의·확정하는 것이다. 지난 7월4일에 폐회한 제66회 임시국회는 제7대국회로서는 처음으로 극단적인 대립과 변칙적인 운영을 피하면서, 몇몇 안건을 정상적으로 처리했었다. 그러나 그후 「괴벽보」사건이 생겨 원외 분위기가 흐려졌는데다가 구년말에 성립된 「여야합의의정서」의 처리를 반드시 이번회기중에 완결해야 될 형편에 있으므로 정기국회는 파란을 면하기 어려울것 같다.
이월안건 중에는 산은법개정안·차관도입업체특감안등이 들어있고, 또 이번국회는 신년 예산심의에 앞서 제2차추경예산을 심의해야 하므로 의사일정은 다망할 것이다. 이처럼 국회가 또다시 격심한 정쟁의 무대로 화할 요인이 남아있는데다가 긴급히 처리해야할 안건이 많이 남아있으므로 정기국회 본래의 사명인 국정감사나 새해예산심의는 소홀히 다루어질 가능성이 다분히있다.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바로 이점이다. 6·8총선후유증파동으로 정상화를 보지 못했던 67년 국회는 물론, 제6대국 회의운영상황을 회고해 보더라도 정기국회는 그 으뜸가는과제인 국정감사와 새해예산심의를 제쳐놓고 별로 중요치도 않은 문제를 가지고 비생산적인 정쟁을 벌이다가 국정감사를 유야무야로 실시하고 회기말 2∼3일간에 새해예산안을 통과시키는 악선례를 되풀이 남겨놓았다.
이때문에 국회가 갖고있는 국정감사권이나 예산심의권은 유명무실해졌고 이것이 나아가서는 「의회무용론」을 대두시키는 현실적인 근거를 제공해주었던 것이다. 이번정기국회는, 국정감사권을 제대로 행사치 못하는 국회, 국가예산도 제대로 심의치 못하는 국회는 사실장 삼권분립의 「액세서리」적인 존재에 지나지 않게 된다는것을 명심, 국감및 예산심의에 성의있는 노력을 다함으로써 국민에대한 관계에 있어서 입법부로서의 소임을 다하고 스스로의 권위와 권능을 회복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우리는 국회가 정쟁의 씨를 내포한 묵은 안건을 다루는데 여야간에 불을 뿜는 설전을 전개하게 된다 하더라도, 그때문에 과열해서 정기국회 본래의 사명을 저버리지 않도록 자중해주기를 요망한다. 국회의원은 그 당파소속을 따지기에 앞서 입법부의 일원으로서 국정의 결합과 과오를 발견하여 그 합리적인 시정책을 제시하는데 공정 또 용감해야 할 것이요, 또 예산심의에 대해서도 당리당략이나 지연상의 이해관계에 구애됨이 없이 「국민의 대표」로서 국민전체의 이익과 복지를 구현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냉정히 찾아 내도록해야 할 것이다. 충분히 여유있는 일정을 설정해 놓고 국정을 세밀히 분석·파악하고 예산안 심의를 공명정대하게 해나가는 것만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길일것이다.
선동적이고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발언,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과 욕설, 저속한 야유와 노호, 그리고 주먹다짐이나 난투등은 국회운영에 「마이너스」를 주는것으로서 모두 배격되어야 한다. 조용한 분위기속에서 진지한 자세로 의견을 말하고, 토론을 전개하여 합리적인 타결점을 찾아내도록 하는 것이 전진하는 국회의 이상적인 운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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