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강희의 무리수’, 기성용-구자철 공백 너무 컸다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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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가 명확했다. 김남일(36·인천)은 일찍 지쳤고, 한국영(23·쇼난 벨마레)은 견고한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기성용(스완지시티)과 구자철(이상 24·볼프스부르크)이 빠진 대표팀 미드필드진의 한계는 생각보다 또렷했다.

최강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5일(한국시간) 레바논 베이루트 스포츠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레바논과 2014 브라질 월드컵 최종예선 6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졸전이었다. 전반 8분 선제골을 넣었지만, 후반 추가시간에 김치우가 프리킥으로 간신히 동점골을 넣었다. 3승 2무 1패를 기록한 한국은 승점 11점으로 2위 자리를 지켜냈다.

기성용과 구자철의 공백이 컸다. 최강희 감독은 두 선수를 대표팀에 부르지 않았다. 겉으로는 부상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 소집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축구인들 사이에서는 지난 카타르전 소집 당시 결혼설을 흘리며 대표팀 분위기를 흐렸기 때문에 괘씸죄에 걸렸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레바논 전에서 최강희 감독은 김남일과 한국영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세웠다. 결과는 참담했다. 전반 8분 선제골을 내줄 때 김남일은 모하마드 하이다르(24)의 개인기에 무너졌고, 결국 크로스를 헌납했다. 한국영은 하산 마툭(26)에게 한 번에 따돌려졌고, 너무 쉽게 선제골을 헌납했다.

이후 경기력은 더 좋지 않았다. 김남일은 전반 9분 로빙패스로 이동국(34·전북)에게 결정적인 기회를 만들어 준 것 외에는 날카롭지 못했다. 레바논의 압박이 빠르게 들어와 정교한 패스를 넣어주기가 쉽지 않았다. 후반 4분에는 패스미스를 하며 상대에게 역습을 허용해 가슴을 쓸어내리게 했다. 한국영은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지 못한 채 후반 4분 만에 김신욱(25·울산)과 교체돼 나왔다.

기성용과 구자철의 창의성과 활기가 아쉬웠다. 어차피 기성용은 경고누적 징계로 인해 레바논전에는 나설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즈벡전, 이란전 등 남은 두 경기에서도 대표팀 명단에서 제외시킨 것에 대해 의아해하는 축구인들이 많다. 기성용과 구자철은 2011 아시안컵 이후 나란히 한국축구대표팀의 중원 핵으로 떠오른 자원들이다. 기성용에겐 경기의 흐름을 조율하는 능력이 있고, 2011 아시안컵 득점왕에 빛나는 구자철에겐 상대의 밀집 수비를 뚫을 만한 한방이 있다. 최강희 감독의 무모한 도박이 한국의 월드컵 본선행의 걸림돌로 작용하지 않을지 축구계는 우려하고 있다.

일간스포츠 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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