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분리수거 18년, 다시 막 버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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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직장인 김희진(43·여·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씨는 쓰레기 분리배출에 나름대로 신경을 쓰지만 예전만 못하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바쁠 때는 새 옷에 달린 상표·설명서와 옷핀, 끈을 한꺼번에 그냥 종량제 봉투에 넣어 버릴 때도 많다.

 김씨는 “채소를 담은 스티로폼과 비닐, 칫솔을 포장한 플라스틱과 종이를 따로따로 떼내고 있으면 남편이 귀찮은데 그냥 종량제 봉투에 담아 버리라고 한다”고 말했다.

 1995년 쓰레기 종량제 도입 이후 20년 가까운 세월이 지나면서 재활용품 분리수거를 통해 매립·소각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이 느슨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가 4일 발표한 ‘2011~2012년 제4차 폐기물 통계조사’ 결과에 따르면 종량제 봉투에 담긴 생활쓰레기 양은 1인당 하루 309.2g으로 2006~2007년의 3차 조사 때 209.4g보다 47.7%나 늘었다. 5년 새 종량제 봉투 속의 종이류는 72.8%, 플라스틱류는 67.5% 증가했다. 이들 쓰레기는 대부분 매립·소각된다.

 반면 분리수거된 재활용품은 1인당 하루 327g에서 319.9g으로 2.2%가 줄었고, 음식물 쓰레기도 1인당 하루 332.5g에서 311.3g으로 6.4% 감소했다.

 이에 따라 쓰레기 종량제 도입 이후 계속 줄던 1인당 쓰레기 총 배출량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96년 1차 조사 때에는 전체 1인당 하루 배출량이 1130g이었으나 2차 조사에서는 1086g, 3차 조사에서는 868.9g까지 줄었으나 이번에 940.4g으로 5년 전보다 8.2% 늘었다.

 특히 1인 가구와 2인 가구의 경우 종량제 봉투에 담아 배출하는 생활쓰레기 양이 상대적으로 많았다. 1인 가구는 5인 가구보다 1인당 배출량으로 따지면 2.1배, 2인 가구는 1.5배 수준이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종량제 봉투 속 내용물을 보면 70~80%가 재활용할 수 있는 것들”이라며 “20L짜리 종량제 봉투 가격이 300~400원에 불과해 시민들이 분리배출을 귀찮게 여기게 된 탓”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종량제 봉투 가격이 2011년 기준으로 쓰레기 처리 비용의 28.7% 수준에 머물고 있다고 설명했다. 2007~2011년 종량제 봉투 가격 연간 상승률도 0.2~0.9%로 연평균 물가상승률(약 3.5%)에 못 미쳤다는 것이다.

 환경부 유제철 자원순환정책과장은 “단독주택 지역에도 쓰레기 분리수거함을 설치해 상시적으로 분리수거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앞으로 쓰레기를 직매립할 때는 매립부담금도 부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종량제 봉투 가격에 매립부담금이 반영되면 분리수거율이 높아질 것이라는 게 환경부 설명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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