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어학 박사 신연자씨 귀국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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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노어학박사이며「뉴요크」주립대학 조교수인 신연자여사 (30) 가 지난 6월말 12년만에 하계휴가를 이용, 서울에 있는 가족들을 보러왔다.
신여사는 지난56년 경기여고를 졸업하자 곧 도미, 「캘리포니아」대학을 거쳐「예일」 대학에서 연구를 거듭,「노어양화이론-형태학상 및 종합적분석」이란 논문으로 67년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장 어려운 언어중의 하나가 노어이지만 배워서는 안될 것처럼 취급하였기 때문에 학문의 자세가 더욱 뚜렷해야 한다는 신여사.
대학3년때 노어를 공부한다는 소식을 보내자 가족들은 상심 끝에 한때는 편지도 보내지 않았었다고 한다.
『한국의 상황에서 노어 내지「러시아」에 대한 연구는 갓난아이에게 칼을 쥐어주는 격이라고 비교할수 있겠죠. 그러나 우리나라가 좀더 민주주의 국가로 완전해지고 좁은 의미의 북한이란 대상을 넘어서서 「러시아」와 맞부딪쳐 「이데올로기」의 대결이 있을 때는「러시아」어가 필요할 것입니다.』
2차대전때 일본은 미국이 적이므로 배우던 영어를 중단하고 미국은 더욱 적을 잘 알기 위해 안배우던 일어를 배웠다는「사고」의 차이가 좋은 교훈을 남겼다는 신여사는『한국의 적을 알기 위해서 시작한 이 학문에 기회가 오리라 믿는다』 는 것이 그는 한국의 입장이 아직까지 학문을 내세워 얘기할 단계가 아닌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나 한국에도 노어를 가르치고 있는 것은 깊은 안목의 소치라고 말한다.
그동안 모습과 생각이 다른 외국학생들만 대하다 이번에 와서 외국어대학 노어과에서 백여명의 한국학생을 만났을때는 보람과 기쁨으로 하룻밤을 새다시피 했다고.
항상 마음에 걸려오는것은 『너무 어릴때 유학한것』을 들고있다.
『가장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를 외국서 보낸다는 것은 많은 문젯점을 가지고 있어요. 반드시 대학을 고국에서 마친후 유학해야한다고 충고하고 싶어요.』
고국의 엄청난 발전에 누구보다 기쁨이 크지만 어릴때 고국을 떠나 한가닥 소외감마저 느낀다고도 했다. 63년 미국서 결혼한 신여사는 「유니언·카바이드」의 「엔지니어」인 부군 최필동씨와「버펄로」에서 살고 있다. 그는 오는 8월초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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