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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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그이가 신경질을 부리는것을 나는 무엇때문인지 종류분석을 해보았다. 그이는 조용히 글을 쓸때 시끄럽게 떠드는 것과 손님이 왔을경우 푸대접을 해서 되돌려 보냈거나 미리 알리지않은 외상값을 그이에게 달라고왔을 때, 무엇을 찾고있거나 물어볼때 얼른 도와주지 않든지 재차 물어도 못듣고 있을때, 소소한 걸로는 문을 「탕」소리나도록 닫는다든지 떠다준 물그릇이 깨끗지 못하든지 티끌이 떳을 경우등이다.
한번은 그가 이런 종류의 사유로 인해 신경이 좀 뾰족하게 서 있는데 딸 아이 승아가 까르르 웃었다. 그런데 그인 『어허, 승안가?』하고는 이내 얼굴이 환해지고 빼앗다시피 아가를 안아간다. 『아하, 승아를 이용해야겠구나!』 난 그때부터 이 희안한 방법인 「아가방패」로 아빠의 신경질을 막기로 했다.
찌푸렸던 그이도 웃는 「승아」를 안겨주면 별수없이 빙그레 웃으며 받아 안고 말기 때문
이다. <김종목·22·주부·충남 천원군 성환면 대흥리 284 김영규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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