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이트 벗은 쇼트트랙, 쇼트트랙만 도는 빙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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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트트랙 대표 이한빈이 지난 24일 태릉선수촌 운동장에서 코너벨트 훈련을 하고 있다. [정시종 기자]

빙상 대표팀 훈련이 수상하다. 스피드 스케이팅 대표팀은 쇼트트랙만 타고, 쇼트트랙 대표팀은 스케이트를 아예 신지도 않는다.

 24일 오전 8시 태릉선수촌 빙상장. 쇼트트랙 유니폼을 입은 선수 8명은 무릎과 팔꿈치·정강이 보호대를 차고 반지름 8m의 쇼트트랙 링크를 돌았다. 훈련 장비와 장소를 보면 당연히 쇼트트랙 대표들 같다. 그러나 이들은 스피드 대표 선수들이었다. 장거리 선수 노선영(24)이 맨 앞에 섰고 단거리 여제 이상화(24)가 맨 뒤에서 따랐다.

 이들은 시즌이 끝난 지 얼마 되지 않아 태릉에 다시 모였다. 2010 밴쿠버 겨울올림픽에서 메달 13개(스피드 금 3·은 2, 쇼트트랙 금 2·은 4·동 2)를 합작한 두 대표팀은 내년 소치 올림픽을 목표로 독특한 훈련을 시작했다.

 대회가 1년도 남지 않았지만 이들은 실전과 거리를 두고 있다. 스피드 대표팀은 9월께 해외 전지훈련을 떠날 때까지 오직 쇼트트랙만 탄다. 캐나다 출신 케빈 오벌랜드 코치는 “코너워크 기술에서 작은 원을 도는 쇼트트랙 훈련이 스피드 스케이팅에서도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스피드 대표팀 경력 22년째인 이규혁(36)은 “쇼트트랙은 코너를 돌 때 허벅지에 걸리는 부하가 엄청나게 크다. 원심력 때문이다. 쇼트트랙은 내게도 새로운 실험”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오후 3시 태릉선수촌 운동장. 바깥 기온이 섭씨 31도까지 치솟았다. 쇼트트랙 대표팀은 불볕 더위에도 파워 점프, 코너벨트, 400m 인터벌 훈련 등을 차례로 소화했다.

 지난 5일 소집된 쇼트트랙 대표 선수들은 빙상장 근처에도 가지 않았다. 윤재명(49) 남자 대표팀 코치는 “몸을 만드는 데 집중하기 위해 스케이트를 잠시 잊게 했다. 올해는 올림픽 시즌이라 평소보다 페이스를 더 끌어올려 훈련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케이트를 신지 않은 대신 선수들은 코너벨트 훈련으로 자세를 잡았다. 허리에 벨트를 묶고 원심력을 이겨내는 훈련법이다. 그동안 한국 쇼트트랙은 이 훈련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여자 대표 박승희(21)는 “쇼트트랙에서 가장 중요한 훈련이다. 코너를 잘 돌고, 그때 써야 할 근육을 강화하기 위해 선수들이 진지하게 훈련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손애성·김지한 기자
사진=정시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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