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별로 다른 난이도 대입서도 변수 될 듯 … 논술 영향 커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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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에서 평가는 담임 교사 재량이다. 학교는 가이드라인만 제시하기 때문에 시험을 몇 번 볼지, 또 시험 결과를 통보할지 여부를 담임이 결정한다. 단원평가 후 문제를 푼 시험지를 돌려주지 않는 경우도 많다. 부모로선 아이가 알려주지 않으면 점수는 물론 어떤 항목을 틀렸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는 얘기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초등학교는 성적 산출을 위한 평가가 아니라 성취 기준을 보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중학교부터는 달라진다. 한 학기에 2번, 중간ㆍ기말고사를 본다. 일부 공개하지 않는 학교도 있지만 대부분 각 학교 홈페이지에 기출문제를 공개한다. 2009년 교육부 방침에 따른 것이다.

시험지는 볼 수 있지만 학부모가 자녀의 학업 수준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어렵다. 내신 평가 방식이 절대평가로 바뀌면서 석차를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등급 정도만 알 수 있다. 문제는 특목고나 전국단위 자율고 입시를 염두에 두고 있다면 교내뿐 아니라 다른 학교 학생과의 수준 비교가 필요한데 지금 방식으론 자녀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할 수 없다는 점이다. 학교별로 큰 차이를 보이는 내신 시험 난이도는 자녀의 학업 수준을 파악하기 더 어렵게 한다. 교육부는 "학교알리미사이트를 통해 시험의 평균과 표준편차를 공개하고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정보는 학부모 눈엔 난수표나 마찬가지다.

박근혜정부는 선행학습을 유발하는 어려운 문제가 학교 시험에 나오지 않아야 사교육 열풍이 잠잠해질 것으로 봤다. 지난달 교육부가 일명 ‘선행학습 금지법’이라 불리는 ‘공교육 정상화 촉진에 관한 특별법안’을 발의하기까지 했다. 초ㆍ중ㆍ고 입시와 교육과정은 물론이고 대학 입시에서 선행학습을 금지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본지가 중학교 내신 시험을 분석한 결과 선행이 필요할 정도로 극히 어려운 문제는 별로 없었다. 서울시교육청이 지난해 중학교 2학기 기말 수학시험 문항을 검토했을 때도 교육과정의 범위를 벗어난 문제를 출제한 곳은 384개교 중 1곳에 불과했다. 오히려 요즘 학교 시험은 난이도를 너무 떨어뜨리지 않을까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학교 시험은 쉬워졌지만 사교육이 줄어드는 효과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장 내신이 아니라 종착역인 대입, 그리고 고입을 준비하려면 선행학습을 해야 한다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심모(41ㆍ서초구 방배동)씨는 “요즘 학교 시험이 너무 쉬워 공부를 잘하는 애나 아닌 애나 똑같이 좋은 점수를 받는다”며 “고등학교에 올라가 수업 내용이 갑자기 어려워지면 제대로 따라가기 어려워 선행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룹을 짜서 공부방에서 고난도 학습을 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한 학원 관계자도 "일반 학원은 줄고 있지만 음성적인 개인 지도 형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중학생 학부모들은 당장 2015학년도 고교 입시에서 절대평가가 어떻게 반영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강남 지역 학부모 사이에서는 "학교별 내신 난이도가 큰 차이를 보이는 만큼 똑같은 A등급이라고 해도 학교별로 차등을 둘 것”이라는 얘기가 돈다. 교육부의 입시안이 발표되면 내신 난이도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학부모의 관심은 고입에서 그치지 않는다. 현재 중3이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2014년부터 고교 내신이 절대평가로 바뀌는데, 중학교에서처럼 고교에서도 학교별 난이도 차이가 발생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는 “대학이 고교별 학력 수준에 따라 똑같은 A등급이라도 다르게 평가할 것”이라며 “하지만 상위권 학생은 입시에서 내신 비중이 미미한 만큼 절대평가 내신 결과도 당락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대학이 난이도 논란이 있는 내신보다 논술 등의 난이도를 높여 변별력을 확보할 것이라는 예측이다.

전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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