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거 "미, 북 도발에 과민반응도 보상도 말아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중앙일보와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21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중앙일보-CSIS 포럼 2013’을 열고 북한 김정은 체제의 향후 진로를 진단하고 긴장이 고조돼온 한반도 상황에 대한 외교적 해법을 모색했다.

 올해로 세 번째를 맞는 이번 포럼은 ‘김정은의 도박과 한반도 위기상황’이란 주제로 열렸다. 기조연설을 한 리처드 루거 전 미국 상원 외교위원장(공화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미국 방문 때 밝힌 대북 입장은 미국의 지지를 얻을 만한 훌륭한 출발점이었다”며 “건설적인 대북 개입을 통해 (대북 정책의) 새로운 표준 을 만들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부에 대해 그는 “북한의 도발에 일일이 과민 반응하거나, 옳지 못한 행동과 성공 가능성이 없는 제안에 보상하지 말아야 한다”며 “북한에 대한 말은 줄이고 한국 정부의 신뢰 프로세스를 전폭적으로 지지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루거 전 위원장은 1991년 미 상원 군사위원장이던 샘 넌 의원(민주당)과 초당적으로 협력해 핵무기 해체를 지원하고, 관련 시설 종사자들을 재교육하는 것 등을 내용으로 하는 ‘넌-루거 프로그램’을 만든 주역이다. 이 프로그램에 힘입어 소련 등에서 7600개의 핵탄두가 해체됐다.

 홍석현 중앙일보·JTBC 회장은 개회사에서 “박근혜 정부의 서울 프로세스(한반도 평화협력구상)가 성과를 거둬 남북 대치상황을 풀고 한반도 문제의 해결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다자간 협의가 재개돼야 한다”며 “그러려면 일본이 보편적 가치와 국제협약을 준수하는 정상적인 나라의 위치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회장은 또 “북한과의 교류를 다시 시작하기 위해 평화체제와 관계정상화 방안 등을 북한 측에 진지하게 제안할 수는 있겠지만 그 과정에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비핵화 문제는 잊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존 햄리 CSIS 소장도 “지난 1년간 북한의 위협과 협박이 증폭됐다”며 “김정은의 도박은 북한을 국제사회에서 고립시켰고 한·미와 중국 등 다른 나라들이 더 긴밀하게 협력하고 유대를 강화하도록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특별취재팀=장세정·이지은·정원엽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