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우즈도 박인비도 사랑의 힘으로 굿샷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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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3호 19면

지난 13일(한국시간) 막을 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38·미국)는 우승을 확정하자 사람들 시선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여자친구인 린지 본(29·미국)과 뜨겁게 포옹했다.

골프와 사랑의 방정식

 우즈가 승승장구하고 있다. ‘골프’와 ‘사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2009년 말 터진 불륜 스캔들 이후 2010년과 2011년 1승도 올리지 못했던 우즈는 지난해 3승을 거두며 부활했고, 올 시즌 출전한 7경기에서 벌써 4승을 챙겼다.

 2000년 개인 최다승인 9승을 거뒀을 때와 비교해도 페이스가 빠르다. 통산 78승을 거둔 우즈는 샘 스니드(미국)가 가지고 있는 통산 최다승 기록(82승)을 올해 안에 깰 수 있을 전망이다.

 사랑의 힘이 우즈를 더 강하게 만들었다. 올 시즌 우즈는 심리적인 안정을 바탕으로 한 차원 업그레이드된 경기를 펼치고 있다. 평균 타수(68.51타), 평균 퍼팅 수(27.5개) 등에서 1위에 오르는 등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우즈는 “여자 친구도 운동을 했기 때문에 나를 많이 배려해준다. 데이트를 시작한 뒤 더 골프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여자 골프 세계랭킹 1위인 박인비(25·KB금융그룹)의 동력도 사랑이다. 3년간의 열애 끝에 2011년 말 프로 골퍼 출신 남기협(32)씨와 약혼한 박인비는 지난해부터 약혼자와 함께 투어를 돌면서 성적이 향상됐다. 2008년 US여자오픈 이후 4년 동안 우승이 없어 마음 졸였던 그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2승을 거두며 상금왕과 최저타수상을 수상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서도 우승했고, 상금 랭킹 9위에 올랐다.

 올 시즌엔 더욱 찰떡궁합을 과시하고 있다. 남씨의 외조를 받으면서 8개 대회에 출전해 3승을 거뒀다. 세계랭킹 1위에까지 올랐다. 박인비는 “투어 생활이 많이 외롭고 힘들다. 그러나 약혼자가 늘 옆에 있어 힘이 되고 있다. 믿을 수 있는 상대가 있으니까 골프가 더 잘 되는 것 같다”고 했다.

 보수적인 스포츠인 골프에서는 이성 친구를 숨기려는 성향이 강했다. 박인비가 2년 전 약혼 사실을 공개했을 때도 “여자 선수가 약혼자를 공개하면 득보다 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말들이 나왔다. 여자 선수는 물론 남자 선수들도 여자 친구의 존재를 밝히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최근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LPGA 투어에서 활동 중인 서희경(27·하이트진로)이 올해 초 약혼 사실을 밝힌 데 이어 얼마 전 12월 결혼 계획까지 당당하게 공개했다. 서희경은 “투어 생활에 약혼자가 큰 동기부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애 사실을 밝히고 성적이 좋아지는 선수들이 나타나자 많은 여자 프로들도 “나도 남자 친구가 생기면 당당히 공개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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