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인이 된 누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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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원집합!」 조용하던 내무반 안이 X고참병장의 집합명령에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에이 또 무슨일이야) 집합이라면 으례 꾸지람 아니면 「배트」선물을 받게되는 것이 통례다. 모두들 불안한 얼굴들로 X병장의 표정만 살폈다.『에-이런 일은 지금까지 한번도 없었는데…이번에 Y병장의 「패스포트」에 들어있던 애인사진이 없어졌어…』
○…공포에 질린 눈들이 X병장의 얼굴과 손아귀에 쥐어진「배트」사이를 오르락 내리락한다. 『미안하지만 각자수첩을 앞에 내놓고 잠깐만 나갔다 들어와』 워낙「배트」에는 못견디는 몸인지라 장갑과 걸레등을 엉덩이에 두둑하게 넣고 들어왔는데 X병장의 표정은 전애 없이 풀어진다. 여러 장의 사진을 꺼내 보이며 『에-사실은 오늘 너희들 애인사진을 꺼내려고 한 것이니 그럼 푸욱 쉬도륵』
○…휴우 한숨소리가 나지막이 들린다.『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서 미인「콘테스트」를 열어 진-술한말 선-돼지고기 안주 미-과자를 낸다. 좋지』 좋고 말고 여부가 있나. 그러나 문제는 투표결과 내 수첩에 들어있던 누나의 고등학교때 사진이 불행(?)히드 선의 영광을 차지한 것이 아닌가. 나의 애인(?)이 되어버린 누나.
상품 생각이 나서 털어 놓을 수도 없고…. 고마운 마음, 미안한 마음, 아무래도 오늘 같은 비상에 대비해서 어여쁜 (?) 애인은 꼭있어야 되겠는가 보다.

<조규식 1병군우 157-공군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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