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ICC 초대 재판관에 뽑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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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개인의 영광이기도 하지만 우리나라의 위상을 높이는 데도 일조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4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의 유엔본부에서 국제형사재판소(ICC)의 초대 재판관으로 선출된 송상현(宋相現.61)서울대 법대 교수는 이렇게 입을 열었다.

"ICC는 전쟁이나 학살 등을 주도한 국제 전범이나 반인륜 범죄를 다스리기 위해 지난해 7월 1일 설립된 첫 상설 국제 형사 사법기구입니다. 한국을 대표해 제가 재판관으로 뽑힌 것은 국력과 외교력의 신장을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앞으로 국제 사회의 인도주의와 정의를 실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宋교수는 이날 투표권을 가진 85개국 가운데 63개국의 지지를 얻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당선이 확정된 7명 중 유일한 남성이었다. 18명을 뽑는 재판관 자리에 모두 43개국에서 한 명씩 후보를 냈는데, 이중 여성이 10명, 남성은 33명이었다.

"임기는 3.6.9년 중 재판관들이 직접 제비뽑기를 해서 결정됩니다. 정식 임기는 오는 3월 1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 건물에서 취임선서를 하는 날로부터 시작되죠."

ICC는 공식 출범일인 지난해 7월 이후 발생한 사건만 다룰 수 있기 때문에 초기엔 재판 자체보다는 조직을 다듬는 일에 주력하게 될 것이라고 그는 말했다. 연봉은 상근할 경우 유엔 사무차장 수준인 20만달러(약 2억4천만원)선이나 그는 상근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대 교수직과 겸한다는 얘기다.

그는 북한의 인권문제가 ICC의 심리대상이 될 수 있느냐는 질문엔 "ICC 설립취지에 정확하게 부합하는 사안은 아니지만 그런 문제도 다뤄야 한다는 여론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宋교수는 재판관 피선을 위해 약 한달간 '선거운동'을 했다. 그는 한국의 인권상황이 단기간 내 얼마나 개선됐는지를 설명했으며, 경력과 자신의 가족사 등으로 볼 때 자신이 적임자임을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할아버지(송진우 선생)가 일제 치하에서 고문을 당해 더 이상 자식을 낳을 수 없게 됐다는 사실을 공개하기도 했다.

고등고시 행정과(1962년)와 사법과(63년)에 합격한 그는 72년부터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국제중재 등 국제법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실적을 보였으며 미국.호주 등의 명문 대학 강단에 선 경험도 많다. 안식년을 맞아 올 1월부터 5월까지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법이 개발도상국의 사회발전에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관해 강의하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sims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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