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인 요구 대부분 반영 … 실리적 대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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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이민화(左), 조현정(右)

“지금까지 만들어진 벤처 관련 대책 중 가장 실리적이고 파워풀하다.”

 정부의 ‘벤처·창업 자금생태계 선순환방안’ 발표에 ‘벤처 원로’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높이 평가한다’는 반응이다.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인 비트컴퓨터의 조현정 회장은 “벤처인들이 요구한 거의 모든 것을 정부가 수용했다. 창조경제의 모델이 벤처에 있는 만큼 이제 (창조경제라는) 과녁을 명중시켜야 할 화살의 역할이 우리 벤처인들에게 돌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김영삼 정부 말기인 1997년 7월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과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4년의 벤처기업 활성화대책도 있지만 이번 방안이 가장 실리적이고 파워풀하다”고 평가했다.

 조 회장은 이번 방안 중 일부 내용이 ‘벤처기업인의 도덕적 해이를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는 지적에 대해 “미래의 불확실성에 도전하려면 어느 정도의 버블은 감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1999~2000년 당시의 벤처·정보기술(IT) 거품에 대한 분석이다. 당시 IT 버블 이후 살아남은 기업들이 오늘의 벤처 신화로 성과를 이뤄 낸 것이라는 게 조 회장의 논리다. 그는 “당시 버블로 벤처가 몰락한 게 아니라 이 과정을 거치면서 현재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벤처클럽이 381개에 달하고, 이들의 총매출이 77조8000억원 규모로 재계 6위 수준에 이른다”고 역설했다.

 조 회장과 함께 벤처기업협회의 명예회장을 맡고 있는 이민화 KAIST 교수는 “정부의 벤처 방안을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달리는 말에 채찍을 가하는 심정으로 몇 가지를 지적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우선 창업자의 ‘당사자 무한보증’을 없애 주지 않은 점이 아쉽다고 했다. 당사자 무한보증이란 기업이 금융권으로부터 돈을 빌렸을 때 창업자 또는 기업 소유주가 보유 주식 지분을 넘어 채무만큼 무한보증을 서는 것을 말한다. 이 회장은 “지금 벤처기업이 5년이면 절반이 망하는 점을 고려할 때 10만 명이 창업하면 5만 명이 신용불량자가 된다”며 “청년창업자들이 신용불량의 공포 없이 창업할 수 있도록 해 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소·벤처기업이 상장되는 코스닥은 거래소 시장과는 투자철학이 다른 만큼 설립 초기처럼 완전히 독립된 주식회사 형태로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정부 방안에는 ‘코스닥을 거래소 이사회에서 분리해 독립기구에 준하는 수준으로 조직과 기능을 대폭 강화한다’고 돼 있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 대학생 벤처창업 1호다. 83년 대학 3학년 시절, 의료기기 소프트웨어업체를 창업한 인물이다. 이 회장은 85년 당시 국내 최초로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슨을 창업했다. 두 사람은 변대규 휴맥스 사장과 함께 95년 벤처기업협회를 설립한 한국 벤처기업 역사의 증인이며 원로다.

최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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