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억 차, 1100만원이라 신고한 업자 … 눈감아준 공무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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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수입차 판매업자 오모(30)씨는 2008년 3월 경기도 성남시의 자동차 리스업체에 페라리 자동차를 3억4000만원에 팔았다. 오씨는 고객을 대신해 이 차를 등록했다. 오씨는 취득·등록세를 줄이기 위해 무등록 대행업자 정모(37)씨와 짜고 차를 1100만원에 판매한 것처럼 서류를 꾸며 광명시청 자동차등록사업소에 제출했다. 취득세는 매매가격의 2%, 등록세는 5%이므로 매매가 3억4000만원인 경우 취득·등록세 2380만원을 내야 한다. 하지만 오씨 등은 1100만원에 신고해 단돈 10만원만 납부했다.

이들은 이 같은 수법으로 차를 팔면서 “자신들에게 차를 사면 차량 취득·등록세를 싸게 해주겠다”고 광고하기도 했다.

 오씨 등은 관할이 아닌 다른 시청에 차량을 등록하면 담당 공무원이 까다롭게 심사하지 않는다는 점을 노렸다. 취득·등록세는 지방세지만 경기도 차량이면 실제 거주하지 않는 경기도 내 다른 시에서도 등록할 수 있다. 시청 세무공무원 장모(44)씨는 위조된 장부 등 등록서류가 미비하고 실제 매매가격보다 터무니없이 저가로 신고된 것을 알면서도 취득·등록세 고지서를 발부해 줬다. 정씨는 경찰에서 “다른 시 관할 차량의 취득·등록세는 도 단위로 합산해 다시 거주지 관할 시로 넘어가기 때문에 꼼꼼히 보지 않았다”고 진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2007~2008년 경기도에서 페라리·벤틀리·벤츠 등 최고급 수입 자동차 30대를 판매하면서 자동차동록사업소에 ‘1000여만원에 팔았다’고 위조서류를 제출해 3억원 상당의 세금을 포탈한 혐의(사문서 위조)로 오씨를 불구속 입건했다고 15일 밝혔다. 차량등록 대행업자 정씨와 공무원 장씨 등 다른 10명도 불구속 입건했다.

김소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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