無점포 新유통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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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시장이 르네상스기를 맞고 있다. 대변혁의 물결은 무점포 유통업태들이 앞장서 이끌고 있다. 점포가 필요 없는 무점포 신유통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는 것이다.

무점포 신유통 시장에 발을 담그고 있는 업태는 TV홈쇼핑·인터넷 쇼핑몰·통신판매·다단계 판매 등. 온라인 유통과 인적 판매가 모두 여기에 포함된다.

이중 대표주자는 TV홈쇼핑. TV홈쇼핑 시장은 욱일승천의 기세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시장 규모가 2조원에 달해 전년의 2배로 불어났다. 올해는 무려 4조원대에 이를 전망이다. 오는 2005년 정도는 돼야 4조원 시장이 형성될 것이란 전문가들의 전망이 모두 빗나가 버렸다.

조사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가 지난 해 전망한 TV홈쇼핑 시장 규모는 2003년 2조8천억원, 2005년 4조2천억원이었다. 다른 조사기관들의 전망치도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전세계를 통틀어 불가사의한 빅뱅이 일어나고 있는 게 바로 한국의 홈쇼핑시장이다.

인터넷 쇼핑몰도 선진국의 열기를 오히려 능가하고 있다. 수천개에 달하는 크고 작은 사이버 쇼핑몰 숫자도 놀랍지만 이익 실현을 위한 끈질긴 승부욕도 훈장감이다. 삼성몰의 경우 지난해 처음으로 순익을 내 ‘인터넷 쇼핑몰 흑자시대’를 본격적으로 열었다.

선진국에서 만년 적자에 머무르고 있는 인터넷 쇼핑몰이 한국에서는 ‘돈이 되는’ 사업으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통신판매와 다단계 판매에서도 변화가 용틀임하고 있다.

텐더라고 일컫는 새로운 통신판매방식이 꾸준히 고객몰이를 하고 있는가 하면 다단계 시장의 거인 한국암웨이는 연간 매출 1조원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처럼 무점포유통이 급성장을 하는 것은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힘들다. 한때 우리나라는 유통후진국이었다. 생산자에서 소비자에 이르는 유통단계가 복잡하고 단계별로도 고비용 구조여서 생산자는 생산자대로, 소비자는 소비자대로 골탕을 먹었다. 그러다가 90년대 중반 ‘1차 유통혁명’이 몰아닥쳤다.

기업들이나 소비자들이 유통구조를 개선하자는 절박한 인식이 퍼지면서 여러 신종업태들이 선보이기 시작했다. 경제는 곧 유통이란 신조어도 생겨났다. 이때 창고형 소매업인 할인점·카테고리 킬러 등 선진 유통첨병들이 물밀 듯 쏟아져 들어왔다. 그러나 토종소비문화와 접목에 성공한 할인점을 빼고는 대부분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 원인은 여러 가지다. 무엇보다 교통난과 비싼 땅값이 걸림돌이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넓은 주차장에 공장 같은 매장이 성공의 관건이었으나 우리나라는 그런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았다. 자연 소비자들의 외면 속에 1차 유통혁명은 용두사미꼴이 됐다.

이런 점들을 고려할 때 최근 붐이 일고 있는 무점포 신유통은 국내에 착근을 할 수 있는 토양이 마련돼 있다고 볼 수 있다. 넓직한 매장도 필요 없고, 교통난을 피해 갈 수 있는 기동성도 있다.

게다가 지난해 하반기 이후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는 소비수요도 신유통 확산에 기름을 붓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세계 최고라는 인터넷 인프라망도 신유통이 빠르게 뻗어갈 수 있는 통로를 제공해 주고 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새로운 형태의 무점포유통업태들이 줄을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어쩌면 우리나라가 세계 유통 혁명의 발원지가 될 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다. 한국유통시장은 바야흐로 대변혁의 회오리에 휩싸이고 있다.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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