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러시아인들이여, 건강을 챙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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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소련에서는 소파에 누위 TV를 보며 뒹구는 것은 상상하기 힘든 모습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러시아의 흡연 인구는 성인 남자의 70%에 달하고 있으며 이들의 평균 수명은 60세 정도에 불과하다. 또한 알코올 중독이 만연하고 있고 스포츠 활동에 참여하는 이는 러시아 전체 인구의 12%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비흡연가이며 스포츠 광인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은 국민들에게 건강을 챙길 것을 당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최근 젊은 스키 선수들과의 만남에서 "스포츠야말로 충실하고 믿을만한 동지"라고 말했다.

러시아 정부는 체력 단련에 중점을 둔 국민 건강 증진 사업을 계획하고 있다.

국립 예방의학 연구센터의 라파엘 오가노프 박사는 "이 사업은 비만이나, 흡연, 음주 등의 행태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말한다.

하지만 모스크바의 한 공원에 가서 오전 한나절만 지내다 보면 보통 러시아인들이 건강한 체형을 유지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가를 귀 따갑게 들을 수 있을 것이다.

이들은 모스크바 시내에서 무료로 체육 활동에 참여할 수 있는 공간이 공원 이외에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탁구를 치고 있는 옐레나는 "스포츠 활동은 더 이상 보통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이런 표현을 싫어하지만 사실상 스포츠는 '엘리트'들의 전유물이 되었다"고 불만을 털어 놓는다.

그러나 우습게도 공공보조 체육 시설은 문을 닫고 있는 데 반해 사설 헬스클럽들은 성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의 고객은 주로 도심지에 거주하는 고학력 고소득의 젊은 전문직 종사자들로, 이들은 건강을 유지하는 것이 성공으로 가는 중요한 열쇠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연 회원 가입비는 1천 달러에 이른다. 보통 러시아인 평균 월 급여액이 1백 달러 수준이라는 것을 고려해 보았을 때 이러한 고급 헬스클럽들은 대다수 국민들에게는 턱없이 비싼 사치다.

러시아에서 가장 유명한 체력단련 전문가인 올가 슬루츠케르는 러시아인들이 체력단련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스루츠케르는 "반드시 헬스클럽에 가입해야만 생활 속에서 스포츠 활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운동화 한 켤레와 운동복만 마련하면 얼마든지 공원에서 조깅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올렉은 정기적으로 플레닛 피트니스(Planet Fitness)에 나가 운동하고 있지만, 이런 헬스클럽을 찾는 친구들은 절반 정도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예전 같으면 신문을 들고 소파에 앉아 그리고 한 잔의 술을 즐기는 것이 흔한 광경이었지만 이제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도 앉아서만 지내는 생활 습관을 버려야만 하는 러시아인은 전체 인구의 거의 90%에 이른다.

MOSCOW, Russia (CNN)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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