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정책의 방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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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 재무부장관은 통화정책에 대하여 주목할만한 견해를 밝혔다. 즉 통화의 수량만을 따지는 시대는 이미 지났고, 전환기에 있는 한국경제의 실정으로 보아 통화량한도에 묶여있는 종래의 재정안정계획의 진행방식은 수정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는 것이다.
서 재무의 발언을 한말로 통화량을 늘려도 상관없다는 뜻이되겠는데 통화량증가가 불가피하다는 것을 묵시적으로 자인하고 그를 합리화시킨으로 해석된다. 그동안 투적되어온 정책상의 모순을 전제로할 때 통화량이 팽창되지 않을수 없다는점을 부인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9월말 통화량이 공식계수론 8백5억원이라하지만 실질적으로 통화량개념에 포함시켜야하는 통화예금과 저축예금까지 고려한다면 실요통화량은 지금도 1천2백억내지 1천3백억 수준에 있다는것도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이러한 실정에서 통화량을 늘려야 하겠다는 서 재무의 발언은 정부가 안정운운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에 있다는 것을 노출시킨것이라 하지않을 수 없다. 도대체 통화량만을 따지는 시대는 지났다는 근거는 어디에서 온것인지 납득할수 없다. 화폐수량설을 무조건 신봉할수 없다는것도 사실이지만 화폐수량설의 결함은 단기적인것에 불과하다는 것도 공인된 사실이다. 단기적으로는 통화량이 상대적으로 늘었다해서 물가가 곧 자극되는 것은 아니지만 통화량이 지속적으로 실물공급에 비하여 증가할 때 물가가 상승하지 않을수는 없는 것이다.
그동안 GNP성장율이 10%수준을 상회하고는 있지만 통화량 증가율은 30% 수준을 넘고 있는것이며, 때문에 물가가 계속 오르지 않을수 없었던 것이다. 이런 상항에서 통화량에 구애될 것 엇다는 서재무의 발언은 안정정책을 포기한다는 선언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박기획이, 그동안 무리하게 추진하여온 팽창정책의 여파를 앞으로 7개월내에 수습할것이며 재정안정계획도 현단계에서는 재조정할 생각이었다고 밝혔던 사실을 상기할 때, 서재무의 발언은 박기획의 정책방향과는 정면으로 상치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모순이 누적된 오늘의 경제를 수습하려할 때 그 방법론에 이견이 있을수 있다는 점을 모르는바 아니나 모순이 크면 클수록 통일된 정책의 필요성은 더욱 절실한 것이며 이점 각내의견의 통합이 서둘러져야 할 것이다.
그러나 재정의 이상팽창, 공공요금의 대폭적인 인상, 형식적인 외자도입규제, 그리고 누증하는 연불수입등 근원적인 불안정 요인을 제거하지앟는한 통화량 증가와 물가상승은 불가피할 것이다. 이런점에서 볼 때 통화량증가는 제반정책의 결과이지 결코 원인이 아닌것이며 그 때문에 기본정책의 전환없는 통화량규제는 「난센스」라 하지 않을수 없다.
기본정책의 전환을 전제로 하지않는한 통화량증가는 불가피한것이며 기본정책의 전환을 일의적으로 내세우지못하는 박기획의 모호한 태도 때문에 서재무의 통화팽창불가피론이 나온것이라고 우리는 평가하고 싶은 것이다. 정책기조의 전환을 시급히 명시하고 즉각적이면서도 대담한 수술을 감행하지 않고서는 안정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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