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정부의 비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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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알제리」에서 열리고 있는 제1차 세계개발도상국가 회의에 참석하고있는 한국대표단이 몹시 난처한 처지에 있는 듯하다. 외신이 전하는 바를 보면 최규하 외무부장관을 수석으로 하는 한국대표단은 허울 좋은 신변보호란 이유로 외부와의 접촉마저 차단 당하고 있는 모양이다. 그러한 상태는 외교사절에 대해선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종의 연금상태를 의미하는바 우리는 무엇보다도 이 보도가 사실이 아니기를 바란다.
그러나 당초 개발도상에 있는 국가들의 단합과 공동이익의 추구를 목표한 이 회의에 한국과 월남대표단을 참석 못하게 한 것이 바로 「알제리」정부의 처사였다면 그 처사로 미루어 보아서도 그런 외교적 비례를 「알제리」당국은 충분히 저지를 수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만일에 우리의 예상이 적중한 것이라 한다면 그것보다 더한 비례는 없을 것이며 그런 비례를 저지른 「알제리」정부의 불손한 태도는 마땅히 지탄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불손이 한국에 대한 몰 인식에서 재래된 것이라면 「알제리」정부는 그 생각을 새롭게 가다듬어야할 것이요, 그것이 어떤 신생국 특유의 아집이나 독선에서 온 것이라 한다면 시급히 그 태도를 고쳐 잡아야할 것이다. 많은 신생국들이 지금은 독립초기의 배타적 민족감정의 열기들을 여과시키는 가운데 국제사회에서의 조화를 이룩해가고 있음을 볼 때 더욱 그렇다. 「알제리」정부의 공정하고 정당한 처사를 촉구해 둔다.
한편 한국대표단에게도 한마디 해 두어야겠다. 처음, 「알제리」회의에 한국이 참석하게 된 것을 다시없는 외교적 성과로 자찬했던 외무당국이 지금은 무어라고 할는지 모르겠다. 우리는 장관을 포함하는 금번의 외교 행각이 특히「유엔·시즌」이라는 시간적 의미와 개발도상국가 군에서의 연대의식을 강화한다는 의미에서 볼 때 결코 의의가 없다고는 보지 않는다.
그러나 장관까지 행차하는 외교행각으로선 그 사전준비가 지극히 소홀하였었음을 솔직히 지적하지 않을 수가 없다. 장관의 수모가 곧 한국의 수모인 이상, 외무 당국은 사전에 충분히 회의 의제는 물론이려니와 그 분위기에 이르기까지 면밀하게 연구 검토하고 있었어야하는 것이다. 준비부족을 입증하는 단적인 예가 통신수단의 결여 내지 불충실이다. 현지에서 장관 등이 아니 한국이 받고 있는 욕이 매우 불확실한 외신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정도가 아닌가.
그리고 「알제리」정부가 지극히 비우호적인 처사로 나오리라 하는 것쯤은 미리 예견하고 있었어야 했고 그에 대한 치밀한 대응책도 마련이 되고 있었어야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억을 되살리기도 싫지만 그것이 때마침「알제리」에서 터졌던 「쿠데타」덕분으로 연기되어 천만다행이었지만 지난 65년의 제2회 A·A회의 참가 여부를 둘러싸고 우리가 겪어야했던 수모의 경우에도 한국 외교는 얼마나 낭패했었고 그 허점을 노출시켰던 것인가.
우리는 그래서 「알제리」정부의 불손에 엄중하게 항의하면서도 우리외교는 언제가서나 그 즉흥적이고 감각적인 차원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기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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