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국 외상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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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금 개최되고 있는 「유엔」총회에서는 이례적으로 연쇄적인 외상회의가 계속 열리고 있다. 23일의「브라운·그로미코」회담, 25일의「러스크·그로미코」제1차 회담, 27일의 미·영·불·소 4대국 외상회의가 바로 그것이다.
특히 4대국 외상회의는 1965년「빈」에서 있었던 「오스트리아」주권회복조약 조인 10주년 기념식이래 처음이며 「유엔」에서 회동하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일련의 외상회의에서 어떤 문제들이 토의되었으며, 또 어떤 점에서 합의를 보았는지는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이 없다. 대체로 당면한 문제들 중 중대시되고 있는 월남문제, 중동문제, 핵무기확산금지조약문제들이 토의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이 일련의 외상회의가 개회되었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에서 주목을 끈다.
첫째로 총회에서 문제를 다루기 전에 강대국간의 사전접촉으로 의견을 교환하고 어떤 타협을 모색한다는 것은 문제해결의 방식으로 보아 효율적이라는 점이다. 현금 1백22개국 「유엔」총회가 분쟁을 조정하는 중요역할을 하고있지만 아직도 해결의 관건을 쥐고 있는 것은 열강들이다. 따라서 강대국의 외상들이 사전에 회동해서 문제들을 토의해본다는 것은 문제해결의 유의로운 절차라고 생각할 수 있다.
둘째로 작년 총회의 경우를 볼 때 미·소 외상이 회동하고 또 「존슨·그로미코」회담이 있었다. 그 직후에는 별반 이렇다할 중요성을 발견할 수 없었으나 나중에 나타난 것을 보면 미·소 해빙의 중대한 계기가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를테면 「우주공간의 평화이용에 관한 조약」의 합의를 비롯해서 현안의 핵무기확산금지조약안도 그때 대체적인 합의를 보았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에 있었던 일련의 외상회의의 결과는 지금 당장 그 결과가 나타난 것은 아니지만 좀더 시일을 두고 「유엔」총회의 움직임을 비롯해서 중요문제들의 향방을 보면 보다 명백한 것이 간취될 것으로 생각된다.
특히 4대국 외상회의에 소련이 참가했다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지난 6월 중동전쟁이 발발했을 때 불란서가 4대국 회의를 주장했으나 그때 소련은 그것을 거부했다. 4대국 회의에 소련이 참가했다는 것은 중동문제에 관한 한 소련이 안보에서 실패하고, 총회에서 실패했으므로 어차피 4대국 외상회의를 수락하는 것으로 수그러졌다고 보겠으나 그 결과가 어떻게 된 것인지는 지금 속단할 수가 없다.
그러나 우리의 입장에서 관심을 집중시키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월남문제와 나아가서는 한국문제가 될 것이다. 월남문제는 전기한 미·소 외상회의에서는 토의된 것으로 관측되고 있으나 역시 그 결과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이 없다. 일반적으로 「유엔」이 결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아직도 미·소의 타협이 필연적으로 요구되고 있다. 월남문제가 쉽게 타협되리라고 볼 수는 없지만 미국이 다시금 소련과 접촉한다는 것은 다른 것은 모르더라도 월남문제의 해결을 위해 미국이 성의껏 노력하고 있다는 것을 국제적으로 인식시키는데 적지 않은 의의가 있을 것이다.
한편 한국문제는 외상회의와 무관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유엔」이 한국문제를 해결함에 진지한 노력을 경주한다는 것은 「유엔」의 존재와 그의 권능과 권위의 신장과 불가분의 관계가 있는 것이다. 특히 북괴의 위협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현 정세에서 우리는 강대국 외상들의 움직임과 더불어 그들에게 한국에 대한 관심을 촉구시킬 충동을 감출 수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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