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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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요식업자들은 『가지각색 너무나 많은 사찰기관 때문에 영업을 할 수 없다』는 진정서를 14일 당국에 제출했다. 그들이 지적하는 사찰기관은 참말 「가지각색」이다. 위생관계·유흥세관계·영업소득세 관계·보안관계·혼식관계·공무원 단속반·소방서 등 무려 19종이나 된다. 전국적으로 약 30%의 업소가 폐업 또는 휴업이라는 보고를 하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한때 전업소가 휴업 「데모」를 했을 정도라고 한다.
이들의 비명은 동정을 살 만하다. 19종의 사찰 기관원이 한 달에 한 차례씩만 다녀간다고해도 3일에 평균 2회씩 출두하는 셈이 된다. 그 회수가 많을수록 사찰관들은 공무에 충실한 것이 되며 국가에 충성한다는 평가를 받을 것이다. 사찰을 당하는 편에서는 그것처럼 고역이 없고 불안한 일도 없을 것이다. 꼭 무슨 혐의를 감추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은 아니다 도대체 사찰의 대상이 된다는 것부터 우리 사회의 관습으로는 유쾌한 일이 못된다.
요식업자들의 비명과 「법의 시선」과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한다. 단순히 그들의 비명을 듣고 모든 음식점은 법의 바깥에 두어야 한다고 주장할 감상파는 아무도 없다. 요는 그것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악습으로 제기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다. 사찰관들이 요식업자에게 주는 심리적·물질적인 압박은 바로 대중이 지불해야 되는 음식값에 부과될 것이다. 이 「사찰세」는 또한 음식값을 인상해야 할 절박한 이유로 성립된다. 그러나 당국은 음식값이 인상될 때마다 제일 먼저 꺼내는 무기는 바로 그 사찰권의 강화이다. 이것은 확실히 행정과 선량한 시민의 생활수단과의 악순환이다.
비단 요식업 뿐 아니라, 그 곤혹은 모든 업체들이 공통으로 당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세금 때문에 되는 사업이 없고, 안 되는 사업이 없다』는 상가의 속담은 쓰디쓴 고소를 자아낸다. 탈세를 안 할 수도 없고, 할 수도 없는 현실의 고뇌를 이 한마디는 깊이 함축하고 있다.
바로 생계와 관계되는 서민의 조그만 업소가 번성 할 수 있는 「명행정」은 기대 할 수 없을까. 상인에게도 위법의 「모럴」을 요구할 수 있는 설득력은 그후에 저절로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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