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소 편식 고치기 힘들면 '멀티 수퍼푸드'로 균형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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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신체도 늙으면 오래된 수도관처럼 녹이 슨다.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산소가 대사과정을 거치면서 불안정한 유해산소를 만들기 때문이다. 유해산소는 세포나 DNA를 파괴한다. 고혈압·당뇨병 같은 만성질환부터 암까지를 유발하는 단초를 제공한다.

다행히 활성산소를 막는 방패가 있다. 항산화 효소다. 세포를 방어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나이를 먹고 스트레스가 늘면 항산화 효소가 줄어든다. 이를 대체하는 것이 바로 수퍼푸드(Super Food)다. 항산화 효소가 풍부해 세포 손상과 변형을 막아 노화 속도를 늦추고 질병 예방 효과가 있다.

여에스더클리닉 여에스더(가정의학과 전문의) 원장은 “음식은 건강의 기본이다.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건강 상태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시금치·귀리 등 노화 막는 수퍼푸드

수퍼푸드는 미국 타임지가 2002년 토마토·귀리·블루베리·시금치·브로콜리·견과류 등 건강에 이로운 10가지 식품에 명명하며 유명해졌다. 보기 좋은 떡이 먹기도 좋다는 말이 있다. 수퍼푸드는 빨강·노랑·초록·보라·하얀색 등 고유의 색이 뚜렷한 게 특징이다. 식물은 병충해나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다양한 색을 지닌다. 이처럼 각각의 색을 내는 물질을 파이토케미칼이라고 한다. 파이토케미칼이 붉은색이면 라이코펜, 노란색은 베타카로틴, 초록색은 카데킨, 보라색은 안토시아닌, 흰색은 플라보놀이다. 색이 다른 만큼 갖고 있는 효능도 차이가 있다.

빨간 토마토에 풍부한 라이코펜은 면역세포를 활성화하면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 노란 귀리에 있는 베타카로틴은 혈당·콜레스테롤을 조절한다. 고혈압·고지혈증 위험을 줄여 심장질환 예방에 효과적이다.

초록색 브로콜리에 많은 카데킨은 암 세포를 증가시키는 효소 활동을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 암 예방에 좋다. 또 위궤양의 원인으로 알려진 헬리코박터 파이로리균을 죽인다. 보라색 블루베리의 안토시아닌은 항산화·항암 성분이 풍부하다. 암 세포의 성장을 억제하는 데 탁월하다. 흰색 견과류의 플로보놀은 뇌세포의 노화를 늦춰 치매를 예방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인에겐 빨간 채소·과일 가장 부족

수퍼푸드가 건강에 이롭다는 연구 결과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수퍼푸드도 편식하면 영양 불균형이 발생한다. 한국인이 그렇다.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이행신 박사, 숙명여대 성미경 교수팀은 2011년 한국인의 채소·과일 섭취량과 파이토케미칼 섭취 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한국인은 마늘·무·양파 같은 흰색 채소를 즐겨 먹었다. 반면 빨강·초록·보라·노란색 채소와 과일은 권장량 이하로 섭취했다. 특히 한국인이 가장 적게 섭취하는 수퍼푸드는 빨간색이다. 이어 초록·보라·노란색 순이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조사 결과도 비슷했다. 식약처는 지난해 성인 남녀 6600여 명을 대상으로 8년간 편식 정도를 추적·분석했다. 편식이 가장 심한 집단은 흰 쌀밥에 김치 위주의 식습관을 갖고 있었다. 모두 흰색 채소 중심의 식단이다.

용인대 식품영양과 김혜영 교수는 “아무리 좋은 식품이라도 편식이 심하면 몸에 쌓인 노폐물을 해독하는 적절한 항산화 효소가 부족해진다”며 “대사증후군 위험이 20% 이상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건강을 위해 다섯 가지 색의 멀티 수퍼푸드를 하루 1회 섭취하는 게 추천된다. 여에스더 원장은 “하지만 영양 균형을 맞추기 힘들면 수퍼푸드 영양소가 담긴 건강기능식품을 섭취하는 게 대안”이라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항산화 효소= 노화·질병을 억제하는 물질. 라이코펜·안토시아닌·베타카로틴 등이 대표적이다.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신체에 들어오면 활성산소가 이들과 싸운다. 유해산소 숫자가 많아지면 정상 세포를 공격해 노화를 촉진하고 암을 일으킨다. 항산화 효소는 유해산소로부터 세포를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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