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수급 회담서 시국수습" - 이 의장 제의|"「부정」방지 제도 보장을" - 유 당수 답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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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이효상 국회의장은 11일 하오 4시 유진오 신민당 대표위원을 시내 필동 자택으로 방문, 약 1시간 40분 동안 시국수습에 관해 의견을 교환했다.
이날 회담은 이 의장이 의장 취임 인사차 유 당수를 방문한 형식으로 이루어졌으나 6·8 총선으로 정국이 경화된 후 처음으로 마련된 공화·신민 양당간의 「대화」라는데 의의를 지니고 있으며 이 「비공식대화」를 통해 여·야는 조심스럽게 상대방의 입장과 주장을 타진했다.
이날 회담에 배석했던 김대중 신민당 대변인은 회담 후 『이 의장은 불편 부당한 입장에서 공화·신민 양당의 견해와 주장을 알고 가능하면 여·야 중진급 내지 영수급 회담을 열어 시국수습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유 당수는 『집권당의 자의에 의해 의석을 차지할 수 있는 현재의 선거제도 하에서는 신민당 당선자들이 국회에 들어가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신민당의 입장을 설명하고 『무엇보다도 부정선거가 다시는 행해질 수 없는 시정책이 긴요하다』고 말했다고 한다.
유 당수는 또 신민당이 의원등록을 거부하는 것은 일부에서 보는 것처럼 낙선자들의 압력 때문이거나 의석 수를 공화당과 흥정하기 위해서가 아니라고 설명하고 현 단계로서의 시국수습방안은 ①박 대통령이 6·8 총선이 전면부정이었음을 시인하고 ②전면 재선거의 실시 ③부정책임자의 처벌 ④부정선거의 재발을 방지할 수 있는 철저한 제도적 보장을 마련하는 것 등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의장은 회담이 끝난 후 『오늘 회담은 서론에 불과하다』고 말하고 『유 당수가 밝힌 신민당의 입장을 공화당 측에 전달, 앞으로 적당한 시기에 다시 유 당수와 만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의장은 『내가 받은 인상으로는 여·야 쌍방의 이견은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근본적으로 틀리는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유 대표는 회담 후 기자들에게 『오늘 이 의장의 방문은 어디까지나 인사를 위해 방문 온 것』이라고 말하고 『신민당으로서는 이 의장과 시국수습을 논의한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의 신민당의 당론을 재확인한데 불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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