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국수습|나의 제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6·8 총선으로 인한 작금의 정국 혼란상은 비단 정치인들만의 문제가 아니고 온 국민이 우려해 마지않는 심각한 문제이다. 6·8 선거를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신민당이 「전면 재선거」실시를 요구하면서 강경 일변도로 정부·여당을 몰아세운다 해서 정국의 혼란이 수습될 수 없으며 또 공화당과 정부가 일부 당원을 제명한 것만으로도 이 혼란상이 극복될 수는 없는 것이다.
정부와 여당은 재야정치인들이 부정선거라고 규탄하고 나섰기 때문에 정국이 이토록 혼란해졌다고 보는 자세를 먼저 바로잡고 특히 젊은 학생들이 벌인 「데모」를 올바로 보고 평가하는 이성을 되찾아야 하겠다.
따라서 집권층은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학생「데모」의 초점이 어디에 있는 가를 밝혀 낼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학생들은 6·8 총선 과정에서의 행정부의 자세, 즉 국무위원들의 지방행정을 빙자한 사실상의 선거운동 등으로 미루어 보아서 정부의 진실성을 믿으려 하지 않고 있다. 선거로 인해 「타락」과 「부정」으로 얼룩진 정부의 성품은 박 대통령의 지난 16일자 담화만으로 간단히 깨끗해지리라고 국민은 믿지 않는다. 부정을 국민과 함께 규탄하고, 부정을 철저히 다스리겠다는 약속만으로 이 같은 국민의 감정을 해소시킬 수 있다는 생각은 잘못이다. 정부·여당은 이 같은 사태에 대한 원인과 책임을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가려내서 우선 국민의 「감정」을 해소시켜야 한다고 본다.
따라서 박 대통령은 그의 담화에서 한 걸음 나아가 책임문제에 대한 언급이 있어야 옳았을 것이다. 이렇게 함으로써 공화당과 신민당이 시도하고 있는 개인접촉을 통한 정국의 긴장완화책도 어느 정도 주효하리라고 예상되며 국민도 일단 정국안정을 위해 협조하게 될 것으로 믿어지기 때문이다. 이렇게 대화의 길만 터놓으면 책임의 구체적인 한계문제 등은 공화·신민 두 당이 토의를 통해 정책적으로 다루게 되면서 정국은 차츰 안정되리라고 확신한다.
국민의 대 정부 감정을 해소시키기 위해서 「양심의 인」인 박 대통령은 당내의 정치적 사정에 얽매이지만 말고 지금이라도 용단을 내려야겠다. <문책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