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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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작금의 정국은 아직도 혼미를 계속하고 있으며 학생들은 거의 전국적으로 교문을 뛰쳐나와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데모」를 벌이고 있다. 『찬·반 논쟁으로 갈려있던 한·일 협정의 경우와는 달라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이런 움직임에 대하여는 그「데모」진압의 방법에 있어서 당연히 차도가 있지 않으면 안 된다. 이리하여 지금까지는 경찰도 강압적인 방법을 쓰지 않고 되도록 회유하는 태도를 취해보려고 노력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나 반면에 있어서 서울의 대학은 거의 휴업에 들어갔고, 조기방학까지도 논의되기에 이르렀다. 민심은 불안하고, 사태의 진전 여하에 따라 어떤 돌발적인 사건이라도 생겨난다면 앞으로의 국내정국이 어떻게 돌변할는지 예측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도 본 난을 통하여 시국해결의 방안을 여러 차례 제시한바가 있었고, 아직도 이러한 우리의 주장에는 변함이 없다. 다시 말하면 혼미해진 정국해결의 실마리는 정부와 여당만이 쥐고있으며, 문제가 되어있는 몇몇 지구에 대한 과단성 있는 정치적 결단만이 부정선거를 규탄하는 민심을 진정시키는 첩경이 된다고 우리는 믿고 있었던 것이다.
때마침 박 대통령은 특별담화를 발표, 일부의 부정행위로 6·8 총선이 불명예스럽게 되었고 현재 수사가 진행중인 화성, 보성, 군산·옥구, 영천, 평택 등과 말썽이 있는 고창, 여천·보령, 화순·곡성 등 지구에 있어서는 공화당 당선자를 공화당에서 제명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공화당 당기위는 평택지구 당선자 이윤용씨등 7명의 당선자 및 낙선자를 지난번의 징계에 이어 추가로 제명 조처했다.
물론 이러한 정부·여당의 정국수습책에 대해 신민당은 종래의 주장대로 전면적 재선거 실시만이 사태수습의 관건이 될 뿐이라고 반발하고 나섰다.
우리 스스로도 그러한 정부·여당 측 결정이나 야당 측 반발에 대해서는 그것이 본 난을 초하는 시간에 밝혀진 것이기에 회를 달리하여 논평을 가하고자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가 일반의 주의를 환기시키고자 하는 것은, 이와 같이 국내 정정을 올바르게 진정시킴에 있어서 검찰의 역할이 참으로 막중하다는 사실이다. 화성지구의 경우를 예로 든다면 여기에서는 검찰의 손에 의하여 부정개표의 증거가 확인된 탓으로 그 지구에 대한 정치적 해결의 기초가 확립되었다고 볼 수 있으며, 그러한 점에서 검찰은 여기에서 큰 일을 했다고 인정할 수 있다.
그러나 반면에 보성지구의 경우를 본다면 여기에서는 대통령의 특별 지시가 있는 다음에야 겨우 검찰은 움직이기 시작하였고, 이리하여 비록 어마어마한 부정이 있었음이 사후에 확인되기는 하였지만, 그러나 이 지구에서의 검찰의 태도는 역시 피동적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상부의 지시가 있으면 움직이고, 그렇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는 식으로 검찰이 그 태도를 취해 나간다면, 시각을 다투는 현 난국의 해결은 영영 불가능한 것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이밖에도 문제된 지구는 상당히 많이 남아있으며 혼미한 정국의 해결을 위하여는 이런 지구들에 대한 검찰권의 계속적 발동이 요청되고 있다. 그리고 이때에 있어서 검찰의 책임과 역할이 상당히 크리라는 것을 우리는 부인하지 않으며, 그러한 점에서 우리는 검찰의 앞으로의 용기 있는 활동에 큰 기대를 걸고 또한 계속 주목하려고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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