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토종 할인점 이마트의 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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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요즘 ‘윤리경영’ 전도사로 활약 중이다. 윤리경영이 수익증대의 지름길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직원들에게도 유통기업의 고질적인 병폐부터 바꾸자고 호소했다.

대규모 물건 매입으로 인한 크고 작은 비리의 소지를 근원부터 차단하자는 게 그의 생각이었다. 사실 유통업계의 ‘갑을(甲乙)’ 관계는 악명이 높다. 유명 백화점의 바이어에게 협력회사의 영업부장들이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관행이 되다시피 했다. 구사장은 향응과 금품 수수를 일절 금지했다.

이를 위반하면 징계 내용을 신세계 홈페이지에 올린다. 아예 계약서에 ‘갑을 관계’라는 용어조차 없앴다. 물건을 구입하는 백화점은 ‘갑’이고 물건을 대는 발주처는 ‘을’이란 종속적 용어에서부터 부정의 소지가 생긴다는 것.

대신 구매자와 공급자, 임대인과 임차인으로 쓰기로 했다. 협력업체란 말 대신 ‘파트너사’로 부르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어음발행 관행도 없앴다. 한 달 내에 구매대금을 은행으로 입금해 준다.

그의 이같은 ‘윤리경영’ 선포 덕에 모교인 연세대에서 ‘기업윤리’에 대해 특강을 하기도 했다.

“따지고 보면 IMF 경제위기를 겪은 것도 윤리적인 잣대를 잃어버렸기 때문입니다. 임원들은 회사돈으로 적당히 엔조이하고, 회사 실적은 분식회계를 통해 부풀려 발표하고, 회사 적자 난 것은 안 알리고…. 이러니 IMF 위기를 맞을 수밖에 없죠. 이제 기업의 경쟁력은 윤리적인 경영 여부가 좌우합니다. 이익을 주주와 고객·종업원에게 환원해야 합니다. 기업이 이익을 많이 내는 것도 윤리경영의 전제 조건입니다. 돈 못 벌면서 윤리만 따질 수는 없지요. 돈 버는 것도 올바르게 벌어야 합니다.”

물건과 현금을 다루는 유통업체는 직원들의 착복·비리가 어느 곳보다 많은 곳이다. 경영도 주먹구구식이 많았다. 그는 이같은 관행을 깨부수고 싶어한다.

“어떤 사람들은 ‘윤리적’으로 경영을 해서 기업이 수익을 낼 수 있겠느냐고 걱정합니다. 윤리경영은 오히려 수익을 더 내기 위해 하는 것인데 말이죠.”

그는 ‘떳떳하게’ 이같이 말했다. 윤리 문제만큼은 절대 자신이 있다는 말일 것이다.

출처: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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