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남 전쟁과 미·소 관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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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최근 소련은 미국의 북폭 강화에 대해서 경고하고, 그 대항 수단으로서 「하노이」에 대한 지원을 강화할 뜻을 밝혔다고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이와 같은 소련의 태도가 모처럼 점고하기 시작한 미·소 화해 양상을 일변시켜 다시 냉전시기로 되돌아갈 가능성마저 있는 것으로 관측되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월남전쟁을 에워싼 미·소·중 의 삼각관계를 볼 때 종래 중공이 비난하는 미·소 밀약설이 있었고, 또 소련이 비난하는 미·중공 밀약설이 있었던 반면 이번에는 소·중공 밀약설이 떠돌고 있다. 지난 4월 중순부터 퍼지기 시작한 소·중공 밀약설은 월맹지원 소련무기의 중공 영토경유 수송에 대해서 소·중공간에 밀약이 성립되었다는 것이 그 골자이다.
소·중공 밀약설 및 소련의 태도경화는 미국의 북폭 강화에 대한 공산측의 반응으로서 최근 월맹측의 항전이 강화된 것은 전기한 것들이 작용한 때문이라고 해석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공산측의 반응이 어떤 것이든 간에 그것 때문에 현금 수행하고 있는 북폭 강화 및 월남에서의 군사작전이 동요되어서는 안될 것이다. 북폭 강화 및 군사작전이 강화된 것은 공산측이 그 어떤 평화안도 거부함으로써 부득이 취해진 조치이며 이 방법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
특히 소련이 북폭 강화에 대해서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하더라도 그것을 액면 그대로 평가할 필요는 없다. 소련이 월맹을 지원하는 목적은 극히 한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으며 그것을 구체적으로 보면 ⓛ중·소 분쟁에서 월맹을 자기편으로 유인하고 ②월남문제에 대한 발언권을 증대시키며 ③나아가서는 공산권의 지도력을 회복하자는 술책에서 나온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렇지만 소련이 월맹을 지원함으로써 공산권내에서 소련의 권위가 높아질 것도 아니고 모택동의 중공에 이길 것 도 아니다. 더우기 북폭을 예정대로 강화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하이퐁」항을 봉쇄할 때 소련의 대월맹 원조는 그만큼 그 효과를 감소시킬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북폭 강화에 대하여 소련의 반응이 경화된다고 하면 그에 대응한 강경조치를 강구할망정 그것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고 보겠다. 특히 지난 수개월 동안의 미·소 관계를 보면 소련이 월맹 문제 때문에 모처럼 쌓아올린 화해기운을 희생시킬 것으로는 보기 어렵다.
즉 미·소 관계는 작년 10월 10일의 「존슨」·「그로미코」회담 이래 극적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이미 결말을 본「우주평화 이용에 관한 조약」항공협정 이외에 현안의 핵확산금지조약안에 공동보조를 취하고 있다.
만약 소련의 태도가 경화됨으로써 미·소 냉전이 재연되어 전기한 타협조건들이 파국에 직면하게 되면 그 책임은 소련에 있는 것이다. 또한 냉전의 재연이 다시 세계 긴장을 조성하게 된다면 미·소는 함께 이로울 것이 없겠지만, 긴장 도발의 책임은 어디까지나 소련이 겨야할 것이며 세계는 소련의 도발적인 행동을 규탄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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