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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엔 ‘거미형 인재’가 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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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홍대순
ADL코리아 부회장

대한민국은 지금 ‘창조경제’ 열풍이 한창이다. 정부부처 정책문건에서 많이 나오는 단어 중 하나가 ‘창조경제’가 아닐까 싶다. 심지어는 장관인사 국회 청문회에서도 ‘도대체 창조경제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나오는 등 요즘 어디를 가든 가장 빈번하게 듣는 단어임에 틀림없다. 새로운 아이디어, 그리고 창의·융합에 기반한 창조경제는 대한민국이 다시 한번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드는 데 매우 중요한 국정철학으로서 역할을 할 것이 틀림없다.

 그렇다면 창조경제 구현에 중요한 요소는 무엇일까.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를 꼽으라면 그것은 다름 아닌 ‘창의적인 인적 자원’이다. 보다 구체적으로는 바로 ‘거미형 인재’를 어느 국가가 더 많이 보유하느냐가 국가 미래 경쟁력과 직결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거미형 인재는 어떤 인재인가. 거미형 인재는 개성과 창의력을 바탕으로 미래상을 그려 가면서 거미줄로 먹이를 기다리는 선제적 스타일이라고 볼 수 있다. 애플 스티브 잡스의 경우도 거미형 인재로 분류될 수 있을 것이다. 창의력을 바탕으로 미래 세계를 상상하며 태어난 스마트폰은 사람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변화시키면서 새로운 세상을 구현해 가고 있기 때문이다. 독특한 개성과 창의력으로 무한 상상의 나래를 펼쳐 가며 세상의 수요를 새롭게 창출하고, 미래 사회를 선점하며 리드해 가는 인재가 바로 거미형 인재인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어떠한가. 대한민국은 지금까지는 거미형 인재보다 ‘개미형 인재’를 육성해 왔다고 볼 수 있다. 개미형 인재는 근면·성실로 대변되는 근대산업사회의 상징이라 할 수 있다. 즉 조직 내에서 열심히 묵묵히 최선을 다해 일하고, 조직에 잘 적응하는 것이 미덕이 되어 있었으며, ‘빨리빨리’ 등의 독특한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일사불란한 조직에 기반하여 산업사회에서 우리는 여타 국가들이 하지 못한 경이로운 많은 것을 이루었으며, 현재의 대한민국이 눈부시게 발전하게 된 강력한 원동력이 되었다.

 그러나 우리는 이 시점에서 21세기 창조경제 시대를 맞이하고 있으며, 대한민국이 초일류 국가로의 도약을 꿈꾸는 상황에서 그동안 대한민국의 강점이었던 개미형 인재상이 여전히 유효할 것인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창조경제 시대의 핵심은 자율과 창의라고 볼 수 있으며, 개인의 획일성보다는 개인의 개성 및 다양성이 중시되어야 하고, 조직에서의 경직성보다는 자율성이 존중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개미형 인재는 이와 대별되는 특징을 지니고 있어 개성·자율·창의가 자칫 저해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조직 내의 자율성은 조직 구성원으로 하여금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유도하게 될 것이며, 개인은 자유롭게 거미줄을 쳐 가면서, 마음껏 상상하고, 자발적으로 동기 부여가 된 상태에서 신나게 일을 하게 될 것이다. 일반적으로 일이 재미가 있으면, 놀이 수준이 되어 버린다. 그만큼 해도 해도 지치지 않고 재미있기 때문에 더욱 스스로가 몰입하게 된다. 마치 아이들이 하루 종일 놀아도 지치지 않는 것과 같고, 그 에너지는 어디서 나오는지 계속 뿜어져 나와 신기할 정도다. 이는 『논어』에서도 언급하고 있는데, 어떤 일을 함에 있어서 그것을 즐거워하고 즐기는 자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하지 않았는가. 거미형 인재는 이처럼 자율과 상상·창의에 기반해서 자발적 내적 동기가 강하게 부여되고, 스스로가 ‘일=놀이’ 가 되어 일을 즐기게 되면서 열정을 불태우고, 이러한 과정을 통해 날카롭게 세상에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면서 성취감을 얻는 인재상인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산업사회에서의 개미형 인재 성공 스토리에 이어서, 21세기 창조경제 사회에서의 거미형 인재 성공 스토리를 새롭게 써 나가야 할 것이다. 수많은 대한민국의 거미형 인재가 세계를 주름잡는 가슴 벅찬 그날을 준비하자.

홍대순 ADL코리아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