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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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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한 달치 신문을 모아놓고 한꺼번에 읽어 보라. 신문이 얼마나 쓰잘 데 없는 시시한 소리만 늘어놓은 것인지 알 수 있다.』 시성「괴테」의 말이다. 그러나 「제퍼슨」은 『정부 없이는 살아도 신문 없이는 살수 없다.』고 했다. 신문이 대저 「시시한 소리」만 늘어놓는 것도 사실이고, 그런데도 그것없이 답답해서 살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세계라는 것이 그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신문이 그것을 「있게끔」만든다. 일반사회인에게 있어 「신문화된 세계」가 「진실의 세계」고 신문화 되지 않은 진실한 세계는 「허위의 세계」다. 판단기준을 신문이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판단의 도착이라고 밖에 할 수 없다.
그래서 신문이 사회의 목탁이니 「제4부」니 하는 말이 생겨나고 기자들은 무관의 제왕을 자처하기도 한다. 그러나 요즈음의 우리 신문을 보고 이런 소리를 액면 그대로 믿어줄 순진한 독자가 있을까? 기자를 보고 「무관의 제왕」이라고 불러줄 사람이 있을까? 신문도 엄연히 일종의 상품이요, 기자 역시 약간 특수한 「샐러리·맨」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유형 무형의 정치적 사회적인 제약과 압력, 기업으로서 수지를 맞추어야 하는 현실적인 요청 속에서 신문은 고민하고 있다. 「뉴스」의 신속한 보도라는 면에서 신문은 도저히 「라디오」·TV의 적수가 되지 못한다. 오락의 공급에서는 더구나 당해내지 못한다. 신문에 남겨진 일은 비평기능을 자유롭게 발휘하는 것밖에 없는데 이것마저 여러 가지로 제약될 수밖에 없으니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세계적인 권위와 격조를 자랑하던 영국의 「타임즈」지가 경영난으로 「캐나다」의 벼락부자 「톰슨」에게 넘어갔을 때 『대영제국의 해군이 희랍의 벼락부자 「오나시스」에게 넘어간 격』이라는 명구가 나왔다. 기업으로서의 신문의 공공성과 기업 성이 동시에 성립하는 길은 무엇인가.
우리사회의 특수한 여건에서 생기는 수많은 「터부」를 깨뜨리는 길은 무엇인가. 신문주간을 맞아 새삼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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