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군·당, 공단 폐쇄 충돌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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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개성공단 폐쇄 위협 나흘 만인 3일 공단에 들어가려던 남측 인원 391명의 출경을 차단했다. 33명이 귀환한 이날 현재 개성공단에는 우리 측 인원 828명이 체류 중이다. 이날 오후 2시 귀환한 개성공단 관계자가 기자들의 쏟아지는 질문에 답하고 있다. 북한의 개성공단 통행 차단은 2009년 3월 이후 4년 만이다. [김형수 기자]

‘남조선과 전면 대결전을 벌이고 있는 마당에 분계선(휴전선)을 통해 남측 사람과 차량·물자가 오가는 게 말이 되나’.

 최근 북한 군부 강경파들의 개성공단에 대한 불만을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그러나 북한 노동당 대남담당 부서인 통일전선부와 경제협력담당 부서 쪽 입장은 군부와는 다르다.

 ‘개성공업지구 사업은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지칭)께서 생전에 마련한 유훈사업이다’.

 북한 사정에 정통한 Q씨가 3일 본지에 전한 평양 권력 내부의 두 가지 흐름이다. Q씨는 이날 기자와 만나 익명을 전제로 북한 내부 사정을 소상히 전했다. 지금 평양에선 개성공단 폐쇄 문제를 놓고 심각한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는 게 Q씨의 설명이다.

 그는 “북한 군부는 최근 조성된 남북 간 긴장관계를 들어 공단 문을 당장 닫아야 한다는 입장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어 북한 내부에 충돌이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군사 요충지인 개성에 공단이 들어선 이후 어려움이 많다는 불만을 강하게 표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노동당 통일전선부 등은 공단을 닫을 경우 상당한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고 한다. Q씨는 “노동당 쪽에서는 ‘5만여 명의 공업지구(개성공단) 노동자는 물론 그들의 부양가족 등 20만~30만 명의 생계가 달린 문제’라며 공단 폐쇄를 반대하고 있다고 들었다”고 소개했다.

 특히 노동당과 내각 인사들은 ‘장군님의 유훈’임을 앞세워 군부 입김을 저지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정일은 2000년 6월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과 만난 자리에서 “개성을 내주겠다. 군인들을 제대시켜 공업지구에 30만 명의 노동력을 대주겠다”고 말했다고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이 밝힌 적이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은 지난달 30일 “우리의 존엄(김정은 지칭)을 조금이라도 훼손하려 든다면 공업지구를 가차없이 차단해 폐쇄해 버리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연간 800억원에 이르는 현금 수입이 고스란히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의 주머니로 흘러 들어간다는 남한 언론의 지적에 불쾌감을 표시하면서다. 북한은 “공업지구에서 덕을 보고 있는 것은 남조선 영세 중소기업”이라며 “공업지구의 운명은 남조선 당국의 태도 여하에 달려 있다”고 압박했다.

 그로부터 나흘이 지난 3일 북한은 공단 관리를 위해 남북한을 오가는 남측 관계자와 차량·물자의 출입을 제한하는 등 개성공단 일시 차단 조치를 취했다. 북한은 이날 개성공단에 들어가려던 391명 남측 인원의 출경(남측→개성공단)을 막았다. 이에 따라 입주 기업들은 남측으로 돌아오려던 446명 중 33명만 귀환시키고 나머지는 현지에 남아 업무를 계속하도록 조치했다. 3일 밤 현재 개성에는 우리 쪽 인원 828명이 체류했다. 북측은 그러나 123개 기업에서 일하는 5만여 명의 북한 근로자를 정상 출근시켰고 조업도 평소와 다름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개성공단 관계자들이 밝혔다. 군부 강경파가 요구하는 선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셈이다.

 이에 통일부는 성명을 내고 “북한의 공단 출경 차단 조치는 안정적 운영에 심각한 장애를 조성하고 있다”고 유감을 표했다.

 한편 김관진 국방부 장관은 이날 “북한이 대남 도발 유형의 하나로 개성공단을 폐쇄할 수 있다”며 “공단 내 우리 국민들에 대한 신변안전 대책이 준비돼 있다”고 밝혔다.

글=이영종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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