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스」하사의 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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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서울지검 이 검사는 29일 상오, 검찰 총장의 승인을 얻어 미군 「빌리·J·콕스」 하사를 방화 밀 폭력행위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기소했다. 이것은 지난 2월 9일에 한·미 행정협정이 발효된 뒤 한국 검찰이 1차적 재판권 행사를 결정한 최초의 경우이다. 따라서 우리의 관심은 이 피의 사건이 어떻게 매듭지어질 것이며 또 그 과정에 유감이 없을 것인가에 비상하게 머무르고 있다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가 특히 이 사건에 대해 깊은 관심을 집중시키고 있는 것은 첫째, 이 사건이 기소 단계에 이르기까지 그동안 한·미간에 석연치 않은 감정의 교차가 있었기 때문이며 둘째, 미군 당국의 태도가 성의를 결한 비협조적 인상을 던져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당초 이 사건이 한국 검찰의 수중에 넘어오자 피의자 「콕스」하사는 피의자 신문과정에서 계속 묵비권을 행사했고 혐의사실을 전적으로 부인했었다. 이것까지는 우리도 양해가 가능하다고 본다. 그러나 그가 조서에 서명을 거부한 행위 같은 것은 도저히 용납될 수가 없는 것이라고 볼 수 밖에 없다.
하긴 한국검찰은 행정협정이 피의자가 미군 당국의 수중에 있을 때는 구속할 수가 없게 되어 있는데도 불구하고 「콕스」하사를 즉석에서 구속할 의도를 갖는 등의 실수가 있었던 것으로 보도 되었고 그것 때문에 구금(커스터디)이란 용어해석을 둘러싼 말썽이 일어나기도 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번 사건은 그런 절차상의 과부족에 앞서는 중요한 과제를 우리에게 제시해 주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첫째, 행협이 발효된 뒤 두 달도 못되는 지금까지 미군 범죄발생 건수는 1백50건을 초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사건의 대소를 불문하고 이번 사건은 그것이 한국 검찰에 의해 기소된 최초의 사건인 만큼 이것은 어느 모로나 행협의 장차의 운영을 저울질하는 시금석적 사건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미군이나 우리측은 다함께 이 법의 수다한 결함을 더불어 보완해가고 이 법의 이상에 접근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을 경주 시켜가야 할 책임 아래 있는 것이다.
둘째, 협정정신으로 미루어 보아서도 미군 당국은 이 법의 운영이나 이번 사건의 처리에 있어서 조금치도 오해를 불러 일으킬 만한 비협조적 태도를 표시하여 한국민의 민족 감정을 촉발시켜서는 안될 것이다. 호혜평등의 원칙에 입각한 진정한 한·미 유대의 강화를 위해 협정이 체결되었을 것인즉 이점 미군 당국은 세심하게 배려할 의무가 있다.
물론 우리측도 미군 당국이 만족할 만한 법의 운영을 기하여야 할 것임은 재언의 여지가 없다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콕스」하사 사건에서 아쉬웠던 것은 미측의 성의가 결핍되었었다는 인상을 남겼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협정의 불비는 그것대로 장차 보완해 나갈 것이겠지만 이번 사건만큼 만은 법의 원칙과 협정의 기본정신을 좇아 공명정대하게 처리되어야 하겠고 그런 상호노력을 쌓아가는 시범적인 경우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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