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IT 선전에 신흥국 수출 호조 … 엔저 충격은 아직 미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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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円低)의 습격’ ‘일본으로의 수출 급감’.

 요즘 언론에서 일본 엔화 가치의 하락으로 인한 국내 경제를 진단할 때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일본 정부가 엔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정책을 쓰는 바람에 세계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 경쟁 관계에 있는 국산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이는 한국의 수출 감소로 이어진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지난해 12월 일본에 아베 신조 정권이 들어선 지 4개월가량 지나고 있지만 무역 측면에서 보면 아직 ‘엔저의 충격파’는 국내에 크게 나타나고 있지 않은 듯하다. 물론 일본으로의 수출이 줄었지만 신흥국(아세안 17.5%, 중국 6.2%) 등으로의 수출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무역수지(잠정 집계)는 33억5700만 달러로 지난해 2월부터 14개월 연속 흑자를 유지했다고 1일 밝혔다. 수출액은 474억9600만 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0.4% 증가했고 수입액은 441억3900만 달러로 2.0% 줄어들었다.

 그동안 무역수지가 흑자를 유지했지만 시장에선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무역흑자가 났다고 해도 수출보다 수입 하락 폭이 더 커서 생기는 ‘불황형 흑자’라고 봤기 때문이다. 하지만 3월 수출입 동향은 긍정적인 면을 보였다. 우선 하루 평균 수출액 증가율이 눈에 띄게 개선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7.1%에 달하던 이 수치는 1월엔 1.7%로 뚝 떨어져 엔저의 여파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이 수치는 2월에 2.6%로 오르더니 3월엔 4.8%로 훌쩍 뛰었다. 품목별로는 무선통신기기(22.9%), 석유화학(8.1%) 등이 호조를 보였고 철강(-13.2%), 선박(-12.5%), 자동차(-10.4%) 등 전통적인 주력 산업이 약세였다.

 지역별 수출을 보면 엔저 충격이 시작됐다는 느낌이 들 수 있다. 일본으로의 수출이 18% 감소했고 미국(-15.4%), 유럽연합(EU·-8.3%) 등 선진국 수출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 수출 감소는 통계에 의한 착시효과가 크다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국내 기업이 일본과 수출입할 때 물량의 60%가량을 엔화로 결제한다. 올 들어 3월까지 달러에 대한 엔화가치는 13%나 하락했다. 엔화로 결제했어도 무역통계는 달러로 환산하는 점을 고려하면 환율만으로도 수출이 7.8%가량 줄어드는 효과가 난다.

 조영태 산업부 수출입과장은 “엔저는 일본과 무역할 때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엔저 효과는 장기적으로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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