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열전 (75) - 로이 오스월트 (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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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속담에 '쇠뿔도 단김에 빼라.'라는 얘기가 있다. 즉 기회가 생겼을 때 그 기회를 놓치지 말라는 의미이다. 2001시즌 메이저리그에서 이 선수만큼 자기에게 찾아온 기회를 잘 살린 선수도 없을 듯 싶다.

바로 지난 시즌 핀포인트 제구력과 강력한 커브를 앞세워 14승(3패)에 방어율 2.73을 기록하며, 데뷔 첫해에 일약 휴스턴 애스트로스의 에이스로 떠오른 로이 오즈월트(24. 휴스턴 애스트로스)가 그 주인공. 시드니 올림픽에서 한국과의 두 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하면서 한국의 내노라하는 타자들을 물먹였던 바로 그 투수이다.

그러나 지난 시즌을 앞두고 메이저리그에서 그를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대신에 거의 모든 스포트라이트는 '올림픽 결승전의 영웅' 벤 시츠(23. 밀워키 브루어스)에게 쏠렸다. 시츠가 메이저리그에 화려한 데뷔를 하는 사이 오즈월트는 휴스턴 애스트로스 산하 트리플A 뉴올린스(New Orleans)에서 시즌을 시작해야만 했다.

하지만 시즌 초 애스트로스의 주요 투수들의 부상과 총체적 난조는 반대로 오즈월트에게는 천금의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그 기회를 멋지게 살려낸 오즈월트는 비록 신인왕자리를 '괴물신인' 앨버트 푸홀스(22.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게 양보하기는 했지만 불과 한 시즌만에 팀 내 에이스 자리를 확보하며 벌써부터 성급한 호사가들로부터 '제2의 페드로 마르티네즈'라 칭송까지 받게 되었다.

1977년 8월 29일 오즈월트는 미시시피주의 인구 500여명의 작은 마을 위어(Weir)라는 곳에서 태어났다. 현재도 시즌이 끝나면 아내와 함께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을 만큼 애착을 가지고 있는 고향마을이다.

Homes College 1학년때인 96년 오즈월트는 이미 직구구속이 90마일 초반에 이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전혀 다듬어지지 않았으며 무엇보다 투구폼이 체구에 비해 지나치게 크고 불안했기 때문에 프로의 스카우터들은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오즈월트의 가능성을 발견한 이들은 휴스턴 스트로스의 스카우터들이었다.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23라운드에서 애스트로스에 지명된 오즈월트는 이듬해 97년에 50만 달러의 계약금을 받고 본격적으로 프로무대에 뛰어들게 되었다. 낮은 라운드에서 지명된 신인에게 50만 달러라는 계약금은 이례적으로 큰 금액이었다.

그가 주위의 관심을 본격적으로 끌기 시작한 것은 2000년에 접어들어서 부터 였다. 그 해 더블A 텍사스리그 라운드록 익스프레스에서 활약하며 11승 4패, 방어율 1.94를 기록. 일약 주목받는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로 급부상하게 되었다.

무더운 날씨 때문에 '투수들의 지옥'으로 불리는 텍사스리그에서 이뤄낸 성적이었기 때문에 그의 기록은 단지 수치이상의 의미를 지니는 것이었다.

라운드록에서의 놀라운 활약은 그가 비록 더블A 소속임에도 불구하고 2000년 시드니 올림픽 대표로 선발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하였다. 그리고 올림픽에서 최대 고비라 할 수 있었던 한국과의 예선전과 4강전 두 경기에 모두 선발로 등판하여 빼어난 피칭을 선보이며 금메달 획득에 큰 공헌을 하게 된다.

그렇지만 벤 시츠나 덕 민트케이비치(27. 미네소타 트윈스)와 같은 다른 올림픽 주역들과는 달리 오즈월트는 이듬해 트리플A 뉴올린스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그것은 애스트로스와 당시 감독 래리 디어커의 유망주들을 신중하게 다루는 특유의 스타일이 크게 작용한 것이었다.

하지만 에이스 셰인 레이놀즈(33)의 무릎부상 후유증과 '엔론필드 고포증'에서 벗어나리라 기대했던 호세 리마(29. 현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계속된 부진, 그리고 구원 투수진의 불안 등 휴스턴의 어려운 팀사정은 오즈월트를 계속 트리플A에 머물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결국 약 한 달간의 트리플A생활을 접고 마침내 2001년 5월 6일 몬트리얼 엑스포스와의 원정경기에 등판하면서 꿈에 그리던 빅리그 데뷔를 하게 되었다.

팀의 4번째 투수로 9회말에 등장해 1이닝 2피안타 1실점 1탈삼진으로 나름대로 무난한 데뷔전을 치른 오즈월트는 이후 약 한 달 동안 구원투수로 7경기에 더 등판하여 2승 1패, 방어율 2.08을 기록하면서 빅리그에서의 적응력을 높여갔다.

그리고 6월 2일 LA다저스와의 홈경기에 처음으로 선발등판하여 6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실점의 대단한 호투를 선보이며 첫선발승을 따내게 되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이었을 뿐이었다. 그 6월 14일 미네소타 트윈스와의 인터리그 경기부터 7월 13일 샌디에고 파드리스와의 경기까지 한달간 5연속 선발승을 거두며 일약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확실히 자기 자리를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5월달에 8연패를 당하며 전년도의 악몽을 재현하는 듯했던 애스트로스는 신인 오즈월트의 활약에 힘입어 분위기를 완전 쇄신하는 계기가 되었다.

(2)편에 계속

이석무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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