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 경협의 향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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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오늘 하오 경제기획원에서는 「비슈네브스키」서독 경제협력상을 맞이 하여 한·독 경제협력문제를 협의 할 것이라 한다.
이 나라의 대외경제정책이 미국일변도에서 다변화됨에 따라 제일 먼저 접근한 나라가 서독이었다.
이미 재정 차관과 상업차관 그리고 기술협력 면에서 커다란 성과를 올리고 있는 것도 주지된 사실이다. 또한 작년에 구성된 대한국제경제협의체(IECOK)에 적극 참여하여 우리의 대외신용을 높여준바 있는 서독이기 때문에 이번 협의를 통해서 더욱 긴밀한 유대를 맺을 수 있으리라고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우리는 제1차 5개년 계획을 비교적 성공적으로 매듭짓고 이제 제2차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이 계획에서도 외자는 더욱 중요성을 갖게 되어 있기 때문에 조건이 유리하고 정치성을 띤 끄나불이 없는 외자를 많이 확보할 필요성은 큰 것이라 하겠다. 이런 뜻에서 그동안 이룩된 한·독 경제협조는 다른 경우에 비하여 비교적 만족스러웠다고 평가될 수 있을 것 같으며 앞으로 더욱 더한 협조가 이루어질 것을 기대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유동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그 동안의 실적에 만족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아니 될 것이다. 이미 서독 경제는 고도성장기를 넘어섰기 때문에 국내문제가 과거처럼 순조롭게 해결되고 있지 못한 실정이며 그 때문에 대외경제협조에도 많은 애로가 있다는 것을 우리로서도 충분히 이해하고 협의에 임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외자란 주는 측이나 받는 측의 사정에 따라서 좌우되는 것이므로 우리가 필요하다고 하여 상대방 사정을 도외시하고 무조건 양적으로만 확대시키려고 해서는 아니 된다.
솔직히 말하여 우리의 국내사정도 이미 외자를 무조건 도입할만한 여유가 없어 보인다. 외자를 양적으로 확대시키려는 종래의 타성에서 벗어나야 할 것임을 우리는 이 기회에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이다. 따라서 이번 협의에서는 피차간 부담이 적으나 효과가 큰 협조체제를 마련할 수 있겠는가 하는데 중점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런 각도에서 볼 때 앞으로의 한·독 경제협조는 다음 두가지 점이 특히 고려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우선 한·독 경제협조체제는 차제에 방향전환을 하여 차관위주에서 무역위주로 바뀌어야 할 것이다. 그동안의 실력으로 본다면 한·독간의 무역수지는 62년에 8대1의 역조이었으며 65년에도 5대1의 역조상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무역수지의 역조상을 완화시키는 일이야말로 상호간의 부담을 적게 하면서도 가장 효과적으로 상호개발을 촉진시키는 길이라는 것을 차제에 서로 이해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그 이체적인 방안의 모색이 시도되기를 바란다.
다음으로 자본원조보다 기술원조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협조체제가 개편되기를 우리는 기대한다. 일반적으로 자본에 따라서 기술이 들어온다는 사실을 모르는 바는 아니나 이 양자가 반드시 병행 도입되어야 한다는 법은 없는 것이므로 우리의 자원결합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기술도입을 보다 중시해야 할 것임을 강조하고싶다.
요컨대 상호간에 부담이 적고 상호개발효과가 큰 무역을 통한 협조와 기술협조를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성과를 거두게 되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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