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인의 성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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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흉악범으로 사형선고를 받은 사형수가 형을 받기 하루 전 자기가 교도소에 맡겼던 돈을 모두 한강 옆 절두산에 건립 중인 순교기념 성당 건립비로 헌납했다.
서울 교도소에 수감 중이던 5830번 조일용(35·가명)은 62년 10월 강도·강도치사·강도살인·강도강간·강도추행등 기다란 죄목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다.
그는 대구·대전 등을 돌아다니며 야간에 경찰관을 사칭, 주로 「아베크」 남녀만을 상대로 16회에 걸쳐 돈을 털어 왔고 드디어는 살인까지 저지른 흉악범이 됐다.
63년 10월 서울 교도소에 수감된 그는 고분도(서울교도소 교무과)씨의 줄기찬 설득과 성경을 통해 전과를 뉘우쳤다.
독실한 「가톨릭」신자가 된 그는 『죽기 전에 무엇이고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하고 항상 고민해 왔다 하는데 지난 13일 형을 받기에 앞서 끼니가 어려운 고향 부모에게 보내기로 마음먹었던 영치금 전액을 더욱 보람있는 일을 하겠다고 성당 건립비로 기탁했다.
조일용 씨의 미거가 24일 전해지자 정갑룡 신부는 그를 위해 연미사를 봉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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