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시연,머리 질끈 묶고 법원 나타나 첫마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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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은 여배우에게 화려한 겉모습만 요구합니다. 하지만 연예인이 아름다움을 지키기 위해 뼈를 깎는 고통을 감수하는 것은 간과하는 것 아닙니까.”

 25일 오전 10시 일명 ‘우유주사’로 불리는 수면유도제 프로포폴을 불법 투약한 혐의(마약류관리법 위반 등)로 기소돼 법정에 선 배우 장미인애(29)씨의 항변이다. 장씨와 함께 기소된 이승연(45)·박시연(본명 박미선·34)씨도 “의사 처방에 따라 의료 목적으로 투약한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9단독 성수제 판사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서다.

 이날 공판은 여배우 3명이 한 법정에 출석해 화제를 모았다. 이씨·박씨는 각각 베이지색·검은색 코트 차림에 머리를 뒤로 질끈 묶은 차림이었다. 장씨는 검은색 정장 차림으로 나타났다. 취재진 100여 명이 몰린 것을 의식한 듯 모두 거의 화장기 없는 모습이었다. 성 판사도 재판에 앞서 “세간의 이목을 받는 여배우들의 참담한 심정을 고려해 재판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여배우들은 투약 혐의에 대해 결백을 주장했다. 이씨 측은 “혐의를 전부 부인한다”며 “투약 사실은 인정하지만 의사 처방에 따라 의료 목적으로 시술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장씨 측은 “검찰은 조사 때 ‘운동만 열심히 하면 관리할 수 있지 않느냐’고 했는데 연예인은 부분별로 다 관리받아야 한다”며 “연예인의 고통을 이해하지 못한 수사”라고 주장했다. 이어 “여자 연예인이 아니었다면 프로포폴을 투약하면서까지 카복시(지방제거 시술) 같은 고통스러운 시술을 받을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박씨 측은 “다음 기회에 입장을 밝히겠다”고 말했다.

 여배우들에게 프로포폴을 투여한 혐의로 함께 기소된 산부인과 전문의 모모(45)씨는 “정당한 시술행위였다”고 주장했다. 모씨 측은 “시술 과정에서 상당한 고통이 있다면 의사의 판단하에 프로포폴을 투약할 수 있다”며 “시술을 받은 연예인들이 프로포폴에 중독된 줄 몰랐다”고 말했다.

 이씨 등은 보톡스·카복시 시술 등을 빙자해 95~185회에 걸쳐 프로포폴을 투약한 혐의로 기소됐다. 다음 공판은 4월 8일 오전 10시10분.

김기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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