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이어 몽골 방문 아베의 중국 포위 외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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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중국 포위’ 행보가 가속화되고 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열도 문제로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의 주변국을 차례로 방문하는 정상 외교를 계속하고 있는 것이다.

 아베 총리는 30~31일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를 방문,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대통령과 회담한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몽골의 탄전 개발을 위한 철도 운송망 정비사업에 협력을 표명하고, 양국 간 경제연계협정(EPA) 교섭을 가속화하는 데 합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또 북한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몽골에 일본인 납치 문제 해결을 위한 협조도 요청할 계획이다.

 일본 총리의 몽골 방문은 2006년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이후 7년 만이다. 방문 목적을 두고 여러 분석이 제기되지만 도쿄(東京)신문은 “사실 양국 사이에 큰 외교적 과제가 있는 것은 아니며, 그것 때문에 성사된 방문도 아니다”고 지적했다. “몽골 석탄은 일본이 관심 갖는 발전용이라기보다 제철용이며, 몽골의 희토류 수입 문제도 아직 조사 단계에 머물러 있어 그다지 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별다른 현안이 없음에도 취임 후 세 번째 해외 방문지로 몽골을 찍은 건 자신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중국 포위 외교’의 일환이라는 해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중국과의 관계 개선이 요원한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가치를 공유하는 아시아 주변국과 연계하겠다는 전략이며 몽골 역시 러시아나 중국의 영향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본에 거는 기대가 크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12월 말 취임 이후 아베의 외교 동선은 한마디로 ‘중국 에워싸기’의 모양새다. 1월엔 중국과 영토 분쟁 중인 베트남을 비롯해 태국·인도네시아까지 동남아 3개국을 방문했다. 인도네시아에선 ‘자유와 인권 확대를 위한 노력’ ‘힘이 아닌 법의 지배를 통한 해양 수호’ 등 중국 견제에 방점이 찍힌 ‘아세안 외교 5원칙’을 발표했다. 지난달 미국을 방문한 것 역시 대중국 견제에 있어 미국과의 협력을 모색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

 이처럼 중국 포위의 진도는 빠르지만 시진핑(習近平) 체제 출범 이후 모색해온 중국과의 관계 개선은 한 발짝도 못 나가고 있다.

 한때 검토됐던 특사 파견도 여의치 않고, 정상 간 전화 통화조차 아직 실현되지 않았다. 도쿄신문은 “아베는 중국 포위외교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는 동시에 대중 관계 개선의 돌파구도 찾고 싶어 하지만 중국을 너무 자극하면 반발만 부를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산케이(産經)신문은 24일 “해상자위대에 배치돼 있는 수륙양용 구조 비행정 ‘US-2’를 인도에 수출하기 위한 절차에 일본 정부가 착수했다”며 “여기에도 중국 견제 의도가 있다”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현재 인도 외에 태국과 인도네시아·브루나이 등도 이 비행정 도입에 관심을 표시하고 있다. “이들 동남아 국가와 기술 교류, 공동훈련을 실시하면 해양 진출을 강화하고 있는 중국을 견제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일본 정부가 비행정 수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서승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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