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물러나나…"백악관 경제자문회의 허버드 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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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글렌 허버드(44.사진) 미 백악관 경제자문회의 의장의 거취를 놓고 말들이 많다.

월 스트리트 저널(WSJ)이 23일자에서 그가 올 봄에 사임할 것이라고 하자 다음날 뉴욕 타임스(NYT)는 그의 사임이 임박한 것은 아니라고 보도했다.

그의 진퇴가 이렇게 논란이 되는 것은 경기부양책과 관련해 매우 예민한 시기이기 때문이다. 3주 전 조지 부시 대통령이 발표한 6천7백억달러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대부분 허버드의 머리에서 나왔다. 배당소득세 폐지가 주요 내용였다.

그러나 이 감세안은 경기회생의 효과는 거두지 못한 채 부자들의 주머니만 불려주는 정책이 될 것이라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야당인 민주당을 비롯해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등 일부 경제학자들이 공격의 선봉에 서 있으며, 공화당 안에서도 반대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사임 얘기가 나온 것이다. WSJ은 허버드 의장이 개인적인 이유로 물러나 컬럼비아대학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감세안의 의회 통과가 불투명한 마당에 정책 입안의 주체가 물러난다는 게 석연치 않다.

허버드는 컬럼비아대를 2년간 휴직하고 부시 경제팀에 합류했는데 휴직기간이 올 봄에 끝난다. 그 자신도 강단으로 복귀하고 싶다는 얘기를 주위에 자주 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이것이 이번 사임설의 배경이 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지난해 12월 폴 오닐 재무장관과 로런스 린지 백악관 경제수석보좌관이 갑자기 '해고'된 뒤 그들의 빈 자리까지 메우고 있으며, 뜨거운 현안인 배당세 폐지정책을 떠안고 있는 상황이어서 사임이 그리 쉽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그가 오는 3월 물러난다면 이는 감세정책의 궤도수정을 의미할 수 있다는 게 월가의 관측이다. 그의 후임으로 거론되고 있는 인물을 봐도 이런 추측이 가능하다.

언론들은 허버드가 물러나면 후임엔 그레고리 맨큐 하버드대 경제학 교수가 유력한 것으로 점치고 있다. 맨큐도 다른 재정전문가들과 마찬가지로 재정적자 확대에 대해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어 허버드의 감세정책에 변화가 올 수 있다는 것이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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