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도의 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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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전국시대의 사상가에 양자라는 이가 있었다. 하루는 양자의 이웃 사람이 양을 잃었다. 그 이웃 사람은 양을 찾고자 양자의 집 사람까지도 끌어내어 백방으로 찾아보았으나 아무리 헤매어도 찾을 길이 없어 낙심을 하고 뒤돌아 왔다.
양자가 그 까닭을 물은 즉, 이웃사람들은 갈림길이 많은데 다가 갈림길의 끝이 또 갈라져 있으니 어느 길을 어떻게 찾아가야 할지 몰라서 그렇게 되었노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있던 양자가 우연히 『대도는 다기한 나머지 양을 잃게 되고, 선비는 명방한 나머지 생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탄했다 해서 이 고사를 두고 오늘날까지 「망양의 탄] 으로 전한다.
그 아니라도 어수선한 세모의 장안은 「망양의 탄」 아닌 「망도의 탄」으로 지금 저물려 하고 있다. 영등포 은행「갱」을 좇고 있는 경찰은 사건이 난지 1주일이 지나도록 공전만 거듭했다. 그사이 여러 용의자들이 수사선상에 오르내렸으나 아직 이렇다할 단서조차 못 잡고 있는 형편이다.
뒤늦은 27일 밤에야 열렸던 긴급확대수사간부회의에서는 그사이의 「미스」를 자인하고, 수사본부와 각서수사계간의 정보교환이 원활하지 못했고 수사보고서에서 조차 중요한 용의사실을 고의로 빼는 등의 잘못을 시정하기로 논의가 되었다고 한다.
이로 미루어 그 사이 수사의 갈피가 얼마나 「다기」하고 또 공명심의 나머지 제가끔의 꿍꿍이속으로만 분주하였던 수사관들의 속셈이 얼마나 「다방」했으리라는 것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수사진을 유기적으로 개편해서 「망도의 탄」을 연내로 걷게 하고 「양」해 새아침은 밝게 맞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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