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 올린 제주 국제자유도시… 문제는 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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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라(耽羅)천년의 개벽-. 제주도가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은 23일 '제주 국제자유도시 특별법'에 서명했다. 이 법은 제주도를 2010년까지 세계적 관광.거점도시로 육성하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담고 있으며 오는 4월 발효된다.

金대통령은 서명식에서 "중앙과 지방정부, 민간.지역주민 등이 지혜를 모아 개발사업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협조해달라"고 당부했다. 제주 역사상 최대 사건으로 일컬어지는 국제자유도시 개발의 미래와 과제를 진단한다.

◇ 화려한 청사진=1998년 정부가 제주 국제자유도시 구상을 발표한 후 3년여 동안 찬반 논란을 거듭했으나 이날 법 공포로 제주 개발이 본궤도에 올랐다. 정부와 제주도는 4월 시행에 앞서 시행령 등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제주도 개발특별법'에서 '제주 국제자유도시특별법'으로 이름이 바뀌기는 했으나 제주도를 동북아시아의 세계적 관광도시이자 거점도시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는 동일하다. 목표 달성 연도는 2010년.

올해부터 2조9천억원의 공공부문 투자가 이뤄져 공항.항만시설이 확충되고 정보통신망 구축 등 인프라 투자가 계속된다.

민간부문을 포함, 모두 4조7천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가 닻을 올리는 것이다.

이같은 계획이 마무리되면 2000년 4백11만명이던 관광객이 2.3배 증가한 9백40만명에 이르고 지역 총생산은 99년 4조원대에서 2010년에는 11조원대로 급증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제주 발전의 에너지 역할을 하게될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제주공항 주변에 자유무역지대를 조성하고 쇼핑 아웃렛을 세우는 등 7개 선도 프로젝트도 추진되고 있다.

우근민(禹瑾敏)제주도지사는 "제주도를 외국의 선발 국제자유도시에 비해 경쟁력을 갖춘 관광.휴양 중심지로 개발하고 첨단산업.물류.금융센터 등 복합기능을 갖춘 동북아 거점으로 성장시키겠다"고 말했다.

◇ 산적한 과제=의욕적으로 출발하고 있는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앞길에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않다. 선발 도시인 일본 오키나와와 싱가포르.홍콩은 물론 중국 푸둥지구와도 힘겨운 경쟁을 해야 한다.

우선 천문학적인 재원 확보가 최대 걸림돌. 공공부문 투자가 3조4천억원에 이르지만 일정대로 정부의 예산 투자가 이뤄질지 미지수다. 게다가 관광지 개발에 사용되는 민간자본 1조3천억원 유치도 구상단계에 머물고 있다.

당장 올해 운영 예정이었던 예산은 국제자유도시개발센터 출연금(4백8억원)등 총 5백9억원이나 현재 확보된 자금은 21억원에 불과하다.

향후 개발을 주도할 '국제자유도시 개발센터'의 어정쩡한 위상도 강력한 계획 추진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제자유도시 개발에 대한 총괄정책을 집행할 개발센터가 건설교통부 산하기관에 머물고 중앙 정부가 이사 등에 대한 임면권을 갖고 있어 벌써부터 현지에서는 '신탁통치'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제주도 김창희(金暢禧)추진본부장은 "도민의 의견을 차근차근 수렴해 반영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으나 제주주민자치연대 등 10개 시민단체는 아예 '제주 국제자유도시 반대 대책위원회'를 만들어 개발 일변도 정책에 대한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법 시행령, 세칙의 조기 제정 및 공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제주참여환경연대 이지훈(李芝勳)위원장은 "선언적이고 원칙적인 법이 아니라 세부적인 시행령이 마련돼야 제주 국제자유도시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데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방향이 나오지 않아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밖에 첨단 과학기술단지 유치와 자유무역지대 조성, 휴양형 주거단지 개발 등 '복합기능도시' 조성을 내걸고 있으나 다른 나라 경쟁도시들과 차별화되는 내용이 없다는 비판도 있다.

이장춘(李長春.경기대 교수)한국관광정책학회장은 "이웃 오키나와가 '지역 진흥'이라는 시각에서 관광산업을 비롯해 전 부문의 균형적 발전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지만 우리는 시멘트.콘크리트 위주의 하드웨어적 개발에만 치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ygodo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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