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위조 용의자 2명 공항서 검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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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농협 등 금융기관 현금카드 위조 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이번 사건에 금융기관 전.현직 직원들이 가담한 정황을 포착했다. 또 한국인 6명과 중국동포 4명 등 최소한 10명이 조직적으로 연루된 사실을 24일 확인했다.

경찰은 이날 지난 23일 자수한 중국동포 2명에게 현금카드를 주며 현금 인출을 지시한 한국인 宋모(42).李모(37)씨를 붙잡았다. 이들은 오후 7시10분쯤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태국 방콕행 비행기를 타려다 미리 대기 중이던 경찰에 붙잡혀 수사본부인 경기도 광명경찰서로 옮겨졌다.

경찰은 "중국동포를 시켜 현금을 빼낸 혐의를 받고 있는 용의자 박현상(30.수배)씨 측 인사가 서울 방배경찰서로 전화를 걸어 '朴씨는 宋씨 등이 시키는 대로 했을 뿐'이라면서 이들의 출국 시도 계획을 제보했다"고 밝혔다.

검거된 宋씨 등은 경찰에서 "카드 복제.인출 과정에서 우리 둘과 朴씨 외에 韓모씨 등 3명이 더 가담했다"고 진술했다.

宋씨는 지난해 12월 광주은행 홈페이지를 해킹해 고객 정보를 빼낸 혐의로 경찰의 추적을 받아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宋씨 등이 진술한 韓씨 등 3명 가운데 한두 명이 금융기관의 전.현직 직원이라는 첩보를 입수했다"고 말했다.

특히 경찰은 피해 금융기관 중 우리은행의 경우 경기도 모 지점에서 거래를 한 적이 있으면서 통장 비밀번호와 카드 비밀번호가 같은 계좌에서 현금 인출이 집중된 점으로 미뤄 범행에 가담한 창구 근무자가 고객 출금전표에 적힌 비밀번호를 따로 기록해 뒀다가 宋씨 등에게 건넸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宋씨가 비밀번호 등을 빼낸 뒤 카드복제기와 컴퓨터를 연결해 카드를 위조했을 것"이라면서 宋씨 등에게서 압수한 카드복제기를 공개했다. 이밖에 경찰은 이날 수배 중인 朴씨 휴대전화의 발신지를 추적한 결과 朴씨가 고향인 전북 익산에 숨어 있다고 판단, 수사대를 급파했다.

한편 경찰은 자수한 중국동포 2명을 조사한 결과 이들이 3백~4백여 차례에 걸쳐 모두 3억여원을 불법 인출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엄태민.문병주 기자 ved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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