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은 가수요 증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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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좁은 극장문으로 모든 관객이 일시에 몰려들 경우 일어날 혼란』을 상기시킨 정?욱강원산업사장은 『요즘의 연탄소동도 마찬가지』라고 지적, 급격히 늘어난「가수요」를 파동의 원인으로 단정했다.
서울시내 연탄생산량의 4할을 도맡아 삼척동자도 그 이름을 아는 「삼표」연탄공장을 산하에 거느린 정씨는 『장마이후의 월동준비기에 연탄이 부족했고 작년에도 난리를 겪었기 때문에 올 해따라 위기의식이 높아진 터에 신문까지 대서특필해서 가수요를 자극, 소동을 더 크게 했다』는 얘기.
『여름철의 수동이 약간 부진했지만 지난가을부터 수송량을 대폭 늘렸기 때문에 1년을 통해보면 수급은 맞아떨어진다』고 전제한 정씨는 『석탄생산도 순조로우니 그렇게 신경 쓸건 없다』면서 신문의 계몽적 역할을 거듭 강조했다.
연탄(강원 탄광)까지 겸영하는 정씨는 『올들어 서울에 반입된 원탄이 작년동기에 비해 20%가 늘었는데 인구 증가를 고려한 수요증가율도 15내지 20%이니 절대량이 모자랄 리는 없다』는 것.
예년의 경우, 5백개에서 1천 개의 연탄을 사들이는 가정은 1할 정도였는데 금년엔 빚을 내서까지 모두가 5백개는 사야한다니 그많은 수요를 일시에 충족시킬 수 없고 따라서 지금이라도 정부가 비축탄을 전부 풀어서 민심을 안정시키는 것이 선결과제라는 주장.
그러나 시외유출단속과 같은 어느 정도의 제한은 불가피하다고 시인하여 연료사정이 한계점에 도달했음을 정씨도 인정했다. 『물론 연탄이외의 용도에 쓰여지는 20% 내외의 분탄이 유류대체 부진으로 금년에도 줄기는커녕 오히려 늘었다든지 시기에 맞게 절대량을 미처 못댄데도 원인은 있다.』면서『연탄같은 필수품은 조금만 모자라도 걷잡을 수 없는 혼란이 온다』고-.
엄청나게 뛰어오른 연탄값을 『고무공을 아래로 눌러 때렸을 때의 반동상승』에다 비유한 정씨는「반발적 가격인상」은 유감이지만 1년 정도의 장기간을 두고 서서히 값을 올리는 방법에 의해서라면 지금 나타난 연탄값도 반드시 엄청난 것만은 아니라는 어조.
『무리한 가격통제나 단층적 인상이 오히려 물가를 자극한다』는 그는 외국의 탄가까지 예시하고 『심부개발을 포함한 재투자재원을 마련하려면 원탄「톤」당 2천원이 되어도 비싸지는 않다』면서 석탄값을 눌러 개발의욕을 죽였던 정부의 가격정책에도 화살을 겨누었다.
그렇다고 정부가 풀어버린 고시가격에이어 등장할 연탄협정가격이 꼭지켜질는지도 의문.
그는 연탄협정가격이 결정되어도 원탄값이 뛰면 다시 연탄값도 뛰는 악순환이 온다고 경고하고 원탄협정가격「톤」당 1천7백원이 미흡하다는 듯했다.
유통과정의 폭리에 대해서도 『여름엔 10전도 좋다던 중간업자가 이젠 1원도 적다고 불평한다』면서 『그래도 수요자들이 다투어 덤벼드니 공장에서 유통과정까지를 장악한다는 건 불가능하다』는 얘기.
결국 석공총재를 역임했고 석탄생산. 연탄제조를 겸하고 있는 정씨로서도 오늘의 연탄소동을 당장해결할 묘안은 없는 것 같았다.
다만 『석탄과 연탄생산이 예정대로 되어가고 있으니 지금처럼 각 가정에서 연탄을 마구사들였다간 내년 2월에 가서 공장에 연탄이 남아 돌아갈지도 모른다』?무적 전망에 기대를 걸 수밖에.(문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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