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농구] '흑진주' 셔튼브라운 국민은행 숨은 살림꾼

중앙일보

입력

여자프로농구 국민은행이 '셔튼브라운 효과'를 만끽하고 있다.

외국인 선수 제도를 도입한 이후에도 국민은행은 좀처럼 좋은 센터를 찾지 못해 번번이 플레이오프에 진출하지 못하는 등 아마추어 시절의 화려한 전통에 먹칠을 해왔다. 그러나 이번 겨울리그에서는 '외국인 선수 농사'를 가장 잘 지은 팀으로 꼽히면서 일약 우승후보로까지 떠올랐다.

9일 현재 7승4패로 단독 2위를 달리며 선두 신세계(7승3패)를 반게임차로 바짝 뒤쫓고 있다.

아마추어 시절 국민은행의 골밑은 조문주-한현이 지키며 성정아-정은순의 삼성생명과 쌍벽을 이뤘다. 그 전통을 재건한 주인공이 지난해 여름 미 여자프로농구(WNBA) 샬럿 스팅에서 활약하며 챔피언 결정전까지 진출했던 타미 셔튼브라운(24ㆍ1m93㎝.사진)이다.

기록만 보면 활약이 그리 대단한 것 같지는 않다.9일 현재 블록슛만 경기당 2.82개로 1위에 올라있을 뿐 리바운드는 10.55개로 4위,득점은 19.5점으로 5위다.

그러나 국민은행 박광호 감독은 "보이지 않는 활약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몇 게임만 짚어봐도 박감독의 말에 수긍이 간다. 지난 2일 삼성생명과의 경기에서 셔튼브라운은 단 6득점에 그쳤지만 팀은 57-43으로 승리했다. 리바운드 16개에다 무려 6개의 블록슛을 성공시키는 등 수비에서 혁혁한 공을 세웠기 때문이다.

8일 한빛은행과의 경기에서도 16득점.7리바운드의 평범한 기록을 남겼지만 지난 여름시즌 외국인 최우수선수(MVP)에 선정됐던 카트리나 게이더를 14분 동안 자유투 2개와 2리바운드로 꽁꽁 묶었다.

셔튼브라운이 골밑을 단단히 지켜주는 덕분에 '다람쥐 가드' 김지윤이 더욱 돋보인다. 김지윤은 볼을 돌리다가 상대 수비가 셔튼브라운에게 신경쓰는 사이 골밑을 파고든다. 슈터들 역시 리바운드를 확실히 잡아주는 셔튼브라운이 있기에 마음놓고 슛을 던질 수 있게 됐다.

여름리그 우승팀 신세계 이문규 감독도 "국민은행의 올 외국인 선수 농사가 가장 잘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한다.'셔튼브라운 효과'가 사그라지지 않는 한 국민은행도 오랜 시련에서 벗어날 수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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