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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랜차이즈 산업, 이제 막 크는 중인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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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0면

김선권
카페베네 대표

1979년 롯데리아 1호점이 서울 소공동에 문을 열면서 우리나라 프랜차이즈 산업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 후 프랜차이즈 산업은 창업자들에게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줬다. 가맹점주에게는 생계의 터전이 됐다. 79년은 미국에서 처음으로 가맹본부와 가맹점의 공정한 거래질서를 보장하는 정보공개제도가 시행된 해다. 우리나라도 2008년 이 제도가 시행됐다. 이 제도는 프랜차이즈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우량 가맹본부를 하나하나 키워 나가는 중이다. 그렇다면 법과 제도가 정비된 지금, 프랜차이즈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인가. 필자는 해외진출이라고 생각한다. 지난 30여 년간 압축성장을 해 온 국내 프랜차이즈 산업이 세계시장에서 통할 경쟁력을 갖춰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해외진출을 위해서는 국내의 안정적인 성장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토종 프랜차이즈 중 큰 기업들은 무늬만 대기업이지 진짜 대기업은 아니다. 영업이익률도 낮고 외부 환경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취약한 구조다. 국내의 지속적 성장이 없으면 해외진출을 하는 데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필자가 운영하는 카페베네는 2008년 4월 1호점을 연 이후 급성장해 현재 850여 점포가 있다. 지난해 2월 숱한 우여곡절 끝에 문을 연 카페베네 뉴욕 맨해튼 1호점은 1년이 갓 지난 현재 누적 방문객 수 100만 명을 넘어섰고, 뉴욕 명소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아시아 5개국에도 진출해 해외 매장만 20개가 넘었다. 벌써 해외 로열티 수입이 쏠쏠하고 서비스업종의 수출기업으로서 외화획득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같은 해외시장 개척의 성공적인 출발은 국내에서의 성장 과실을 오롯이 재투자해 왔기 때문에 가능했다. 필자는 지난 5년간 글로벌 브랜드를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데 어느덧 카페베네는 필자도 모르는 사이 국내에서 대기업으로 분류돼 정부의 각종 규제 대상이 됐다. 그러나 성장을 위해 채용하고 투자하다 보니 주머니에 남은 돈은 중소기업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래서 아쉬움이 있다. 국내의 성장 없이도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진짜 대기업만 규제하면 어떨까. 중소기업에서 출발해 한창 성장하고 있는 기업은 중견기업이지 대기업은 아니다. 아직은 규제보다 자유가 더 필요한 기업이다.

 지난 정부에서 의욕적으로 추진하다 흐지부지된 ‘한식 세계화’ 역시 처음부터 토종 한식 프랜차이즈 기업을 지원했더라면 성공했을지 모른다. 그들의 노하우와 정부의 지원이 시너지 효과를 보게 했어야 했다. 최근 동반성장위원회의 규제는 중소기업에서 성장한 중견기업에는 버겁다. 조금만 더 기다려줬으면 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는다. 누군가 뒤에서 밀어주기까지는 기대하지 않지만, 발목은 잡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 간절하다. 진짜 대기업과 중견기업을 명확히 구분하는 세심한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까닭이다.

김 선 권 카페베네 대표